원시별(아주 어린 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행성의 바탕이 되는 원시 재료(결정질 규산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멀리까지 이동하는지를 규명하여 별(항성)과 행성의 기원을 밝히는 데 이바지했다,
1.5년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원시별 ‘EC 53’의 특성을 포착하고, 천체를 한 번 관측하는 기존 방식 대신 폭발 전후 변화를 각각 관측하는 ‘시간 영역 기반 분광 관측’ 방식을 도입하여 문제의 실마리를 풀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관측을 통하여 질량 유입이 급증하는 ‘간헐적 강착 폭발’ 시기에만 결정질 규산염이 새롭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직접 관측하였다.
JWST와 ALMA 전파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결합?분석하여 고온에서 형성된 결정이 자기유체역학 기반의 ‘원반 바람’을 타고 차가운 혜성 형성 영역까지 운반되는 이동 기제(메커니즘)도 규명하였다.


인류가 별과 행성의 탄생을 관찰해 온 우주 탐사의 역사가 이제 물질의 근원적 진화를 추적하는 깊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이정은 교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인 ALMA 관측을 결합해, 어린 별의 강착 폭발 시 ‘결정질 규산염'이 형성되는 순간을 최초로 관측했습니다. 나아가 이 고온의 결정이 원반 바람을 타고 차가운 혜성 형성 영역까지 이동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천문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초기 태양계 물질 진화의 전모를 밝혔습니다. 이정은 교수에게 ‘연구란 하나의 답을 구하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다음 질문을 추적하는 즐거움'입니다. 세계 각국 연구진과의 협업을 이끌며 대한민국 기초과학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이정은 교수를 세계 우주주간(10.4.~10.10.)에 만났습니다. 약 1,000 K의 고온에서부터 혜성의 극저온 영역까지 이어지는 빛과 물질 너머를 탐구하는 그의 연구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합니다. 수상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들은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온 학생들과 동료들입니다. 이번 성과는 어린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고 그 원인을 오랫동안 탐구해 온 연구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같은 새로운 관측 기회를 만나 결실을 본 결과입니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연구를 직접 기획하고 글로벌 연구자들과 협력해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번 수상을 개인적인 성취가 아닌 저와 함께 연구해 온 분들에게 주어진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별과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최근에는 별이 태어나고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질이 어떻게 진화하는 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린별은 주변의 물질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는데, 그 과정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때때로 갑자기 많은 물질이 들어가면서 밝아집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가 주변의 먼지와 얼음, 그리고 여러 분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는 먼지와 얼음을, ALMA 전파망원경으로는 여러 종류의 기체 분자의 함량과 움직임을 관측합니다. 또 SPHEREx라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우리은하 전체에 우주 얼음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과 지구, 그리고 생명의 재료가 우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과정이 결국 태양과 같은 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별과 행성의 탄생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체와 먼지가 어떻게 움직이고 별과 원반을 만드는지와 같은 물질의 동적인 움직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계속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구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물질을 가열하고 섞고 이동시키면서 생명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의 형성과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물리적인 과정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따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두 과정을 함께 연결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결정질 규산염은 매우 뜨거운 곳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혜성은 태양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차가운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곳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어떻게 그렇게 먼 곳까지 갔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더 어려운 점은 이러한 일이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약 46억 년 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태어나고 있는 다른 별들을 관측해 과거의 태양계를 추측합니다. 그런데 아주 어린 별은 두꺼운 먼지와 가스에 둘러싸여 있어 내부를 관측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존에는 주로 한 시점의 관측이나 이론 계산을 통해 이 과정을 추정해야 했기 때문에, 결정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순간과 이동하는 모습을 함께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EC 53의 가장 큰 장점은 약 1.5년을 주기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변화가 매우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어린별은 주변의 원반에 있는 물질을 끌어당기면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별로 들어가는 양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어떤 때에는 갑자기 크게 증가합니다. 이때 별 주변이 훨씬 밝아지고 뜨거워지는데, 이것을 연구에서는 ‘강착 폭발’이라고 부릅니다. EC 53은 이러한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하기 전과 폭발한 뒤를 같은 망원경으로 계획적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반복해서 실험을 해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폭발이 먼지와 얼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천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천문학에서는 아주 멀리 있는 천체를 한 번 관측하고 그 모습을 분석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 보이는 모습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지, 어떤 사건 때문에 변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EC 53이 반복적으로 밝아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같은 별을 폭발하기 전과 폭발 중에 관측했습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사진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의 건강할 때와 열이 났을 때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면 어떤 변화가 그 사건 때문에 일어났는지를 훨씬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빛을 파장별로 나누어 관측하면 먼지의 종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 덕분에 폭발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새로운 결정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정질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결정질 물질이 만들어지는 변화’를 관측했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결정질 규산염의 특징이 별이 밝아진 뒤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별의 폭발로 원반 안쪽이 뜨거워지면서 먼지의 구조가 실제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이론에서는 어린 별이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이 행성을 만드는 물질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해 왔습니다. 이번 관측은 그것을 실제 우주에서 확인한 사례입니다. 따라서 행성의 재료는 처음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별이 성장하는 동안 반복되는 폭발에 의해 계속 가열되고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지구와 행성의 재료가 언제,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결정질 규산염은 뜨거운 원반 안쪽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혜성은 훨씬 바깥쪽의 차가운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당연히 ‘안쪽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어떻게 바깥으로 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ALMA 관측을 함께 살펴보면, 어린 별 주변의 원반에서는 물질 일부가 별로 들어가는 동시에 일부는 바깥으로 불려 나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비교적 느린 바깥쪽 흐름이 빠른 중심 흐름을 감싸는 구조를 발견했고, 이것이 원반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과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뜨거운 원반에서 만들어진 작은 결정 알갱이가 이 바람에 실려 차가운 바깥쪽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디에서 만들어졌나’와 ‘왜 혜성에 들어 있나’를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지금 태어나고 있는 별들을 관측하면 과거의 태양이 어떤 과정을 겪었을지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가능성은 어린 태양도 성장하는 동안 여러 차례 크게 밝아졌을 수 있고, 그때 태양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결정질 물질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질이 원반의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했다면, 이후 혜성을 만드는 재료 속에 섞일 수 있습니다. 실제 혜성에서 발견되는 결정질 규산염을 이런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혜성에서 보는 작은 먼지 알갱이에는 태양계가 태어나던 시기의 격렬한 변화가 기록되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빛’뿐인데, 그 빛에서 실제로 원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거꾸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징이 새롭게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새로운 결정이 만들어졌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온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그 온도가 결정을 만들기에 충분한지, 먼지가 그곳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관측 자료를 분석뿐만 아니라 먼지 광물, 원반의 온도 구조, 물질의 움직임을 계산해야 했습니다. 실제 관측과 여러 가지 이론 계산이 같은 결론을 가리키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연구도 관측을 설계하고 자료를 얻는 것부터 먼지의 성질을 분석하고 원반의 온도와 물질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데까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의 협력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ALMA처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시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관측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제가 연구책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각 연구자가 가진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모두가 하나의 큰 과학적 질문을 함께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을 때 토론하고 다시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그 결과가 Nature 논문과 NASA의 공식 소개로 이어졌다는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과 국내 연구진이 이런 국제 연구의 중심에서 함께 연구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망원경은 서로 다른 우주 물질의 성분을 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먼지와 얼음 성분, 그리고 뜨거운 기체를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고, ALMA는 높은 분해능으로 작은 원반의 차가운 먼지 성분뿐만 아니라, 차가운 기체 속에 있는 여러 분자와 그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측하는 데 뛰어납니다. SPHEREx는 하늘 전체를 관측하면서 우리은하에 얼음이 어디에 있고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큰 규모에서 조사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연결하고 싶습니다. 별이 만들어지기 전 차가운 구름에서 얼음과 분자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린 별의 원반으로 들어가며, 다시 가열되고 섞인 뒤 행성과 혜성의 재료가 됩니다. 그리고 그 재료 가운데 일부가 결국 지구와 같은 행성의 물과 유기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만든 물질의 생성은 우주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여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논문 수 자체를 목표로 연구하지는 않습니다. 한 연구에서 답을 구하면 새로운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합니다. 저는 그다음 질문을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어린별이 왜 밝아지는지를 연구했지만, 어린별이 밝아질 때 주변 물질도 함께 데워진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분자들이 기체로 승화될 수 있고, 그 분자들을 관측하면 얼음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ALMA 관측 제안서로 구체화했습니다. 또 어린별이 밝아질 때 방출하는 에너지가 먼지의 결정 구조까지 바꿀 수 있을지, 그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이후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각 따로 보였던 연구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었습니다. 또 제가 혼자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젊은 연구자들도 각자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구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저 역시 계속 배우게 됩니다. 좋은 관측 자료를 처음 열어볼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여전히 큽니다. 그런 호기심과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자극이 연구의 큰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제가 가진 답을 가르치는 것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지도교수가 방향을 많이 제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이 ‘이것이 궁금하다’, ‘이 방법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자료를 직접 보고, 스스로 해석하고, 제 의견과 다른 생각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연구에서는 틀리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생각이 맞지 않았더라도 왜 틀렸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더 좋은 과학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것은 제 연구를 그대로 이어가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와는 다른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를 키우는 것입니다.
천문학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학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형 망원경도 여러 나라가 함께 만들고 운영하고, 연구자들도 국경을 넘어 협력합니다. 국제 심사위원이나 학회 조직위원으로 활동하면 세계 연구자들이 지금 어떤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발전할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 개인에게도 큰 공부가 됩니다. 동시에 그런 자리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국제적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히 해외의 좋은 연구에 참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중요한 질문을 먼저 제안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이끄는 연구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저 역시 학생들과 후배 연구자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두 어린아이의 엄마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수이고, 또 제 연구에 몰입하고 싶은 연구자라는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잘 해내고 싶었던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세 개의 유리공으로 저글링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었고, 균형을 조금만 놓쳐도 유리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질 것 같은 불안감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세 역할 모두 저에게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내려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을 항상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불가능함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가족에게 조금 더 집중하고, 어떤 때에는 학생과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기보다 가족과 동료, 학생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은 젊은 연구자들에게도 한순간의 완벽한 균형을 만들려고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긴 시간에 걸쳐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 우주에서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별과 행성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차가운 우주 구름 속에 있던 먼지와 얼음, 여러 분자가 어린 별 주변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가열되고 섞이고 이동하면서 행성의 재료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물과 유기물처럼 생명과 관련된 물질도 함께 변합니다. 지금까지는 이 긴 과정의 한 부분씩 따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별이 태어나기 전의 구름에서 원시별과 원반을 거쳐 혜성과 행성으로 이어지는 물질의 역사를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태양계가 얼마나 보편적인지, 그리고 생명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이나 아주 거창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이미 답이 정해진 지식처럼 보이지만, 실제 과학의 세계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순간이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연구를 하면서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날 때 가장 큰 흥미를 느낍니다. 또 과학에서는 실패하거나 틀리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틀렸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정말 궁금해하는 질문을 찾고, 동료들과 함께 그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태도는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