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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영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III-V족 화합물 반도체 소재 개발

공적 요약

-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III-V족 반도체 소재 세계 최초 제안
-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및 신경망 모방(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발전의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주목

구체적 내용

ㅇ 새로운 III-V 반도체 소재 개발
III-V 반도체는 대부분 zinc-blende 구조를 가지며, 이러한 결정 구조에서는 새로운 전자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고전적인 결정 구조 이론인 폴링(Pauling)의 법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cation-eutaxy’ 구조라는 새로운 반도체설계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층상 구조의 III-V 반도체 물질을 예측하고 실제 합성에 성공하였다. 우선 계산 기반 물질 탐색을 통해 수십 종의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topochemical etching(위상화학적 선택 제거) 방법을 이용해 일부 양이온을 제거함으로써 층 사이에 van der Waals 간격이 형성된 새로운 결정 구조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III-V 반도체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2차원 층상 반도체 플랫폼을 제공하며, 차세대 전자소자와 인공지능 반도체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계열을 제시하였다.
ㅇ 뉴로모픽 및 컴퓨트-인-메모리(CIM) 소자 개념 제시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III-V 반도체 구조에서는 층 사이의 van der Waals 공간을 따라 이온이 이동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기적 저항 상태가 변화하는 멤리스터(memristor) 특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을 반도체 소자와 결합하여 멤트랜지스터(memtransistor)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하나의 소자에서 기억 기능과 연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이 소자는 인간의 뇌 신경망처럼 신호의 세기와 시간에 따라 연결 강도가 변화하는 시냅스 동작을 모사할 수 있어 뉴로모픽 인공지능 소자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하나의 소자 내에서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컴퓨트-인-메모리(Compute-in-Memory) 방식의 새로운 반도체 소자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이고, 차세대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경력
2025.01. ~ 현재 미국 화학회 발간 학술지 ‘나노 레터’ 부편집장
2018.08. ~ 현재 연세대학교 다차원소재연구단, 단장
2018.09. ~ 현재 연세대학교 IBS, IBS 교수
2024.03. ~ 현재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 전문위원
2025.10. ~ 현재 한국연구재단 국가전략연구본부, 전문위원
2024.03 ~ 2026.2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기획부학장
2012.10 ~ 2014.02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박사후 연구원
주요학력
2007.09 ~ 2012.09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재료과학·공학 박사 (Northwestern University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2004.03 ~ 2006.08. 연세대학교 금속공학 석사
1996.03 ~ 2004.08. 연세대학교 금속공학 학사

반도체는 첨단 산업을 지탱하는 ‘산업의 쌀’이지만, 그 구조적 한계는 늘 새로운 혁신을 요구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인 심우영 교수는 100년 전 발표된 ‘폴링의 법칙’을 현대 반도체 공학에 접목,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III-V족 반도체 구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기존 반도체 구조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전자와 이온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양이온 유택시’ 구조를 구현한 그의 연구는 연산과 기억을 한 소자에서 수행하는 저전력 AI 반도체와 뉴로모픽 컴퓨팅의 원천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그가 연구자로서 지향하는 지점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섭니다. “좋은 스승이 늘 좋은 학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학생은 반드시 좋은 스승을 만든다”라는 철학 아래, 1년 363일을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며 ‘기본’의 힘을 강조합니다.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으로 모여드는 연구 생태계를 꿈꾸는 심우영 교수. 호기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몰입은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을 ‘추격자’에서 ‘개척자’의 위치로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상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는 함께 연구해 온 학생들과 동료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격려를 받은 것 같아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제안한 연구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전 세계 반도체 소재 연구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새로운 소재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미국화학회(ACS)의 학술지 ‘나노레터(Nano Letters)’ 부편집장 선임과 같은 기쁜 소식도 있었습니다. 주요 연구 활동을 비롯해 교수님의 근황도 전해주세요.

나노레터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간하는 학술지로, 나노과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저널 중 하나입니다. 제가 대학원생이었을 때 처음 발간돼 당시 나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꼭 게재하고 싶은 ‘드림 저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학문 공동체에 이바지할 기회를 얻게 돼 기쁘고 큰 영광입니다. 특히 제 지도교수님께서 나노레터 창립 멤버로 참여하셨기에 더욱 뜻깊고, 책임감도 큽니다.
한편, 현재도 III-V족 반도체를 큰 면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실제 산업에 쓰려면 작은 조각이 아닌 넓은 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양이온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무기 막 소재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소재는 값비싼 금속을 걸러내는 데 활용될 수 있어 자원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차원 반도체, 나노소재, 전자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저희 다차원소재 연구실(Multiscale Materials Lab)은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그 소재로 지금까지 없던 소자 및 응용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네 가지 방향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메모리 컴퓨팅 반도체 소재입니다. 계산과 저장을 따로 하는 기존 컴퓨터 구조와 달리, 한 소자 안에서 기억과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반도체를 연구합니다. 둘째는 무기 멤브레인 소재로, 양이온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해 금속 이온을 걸러낼 수 있는 새로운 막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고가 금속을 회수하거나 자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은 큰 성과가 됩니다. 셋째는 금속을 이용한 새로운 스위칭 소자 연구입니다. 보통 반도체로 만드는 스위칭 기능을 일반 금속을 이용해 구현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새로운 소재와 소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넓은 영역을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는 대면적 현미경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 기술로 연결하는 것이 저희 연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연구자로서 나노 소재와 반도체에 매료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나노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작은 세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물성 때문이었습니다. 물질이 아주 얇아지거나 작아지면 기존에 없던 성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양자 효과라고 하는데, 같은 물질이라도 크기나 구조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물질의 성질이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III-V 반도체 소재’를 제안하셨습니다. 왜 기존 반도체를 넘어 ‘새로운 구조’가 필요한가요?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존 반도체는 대부분 매우 촘촘한 구조로 되어 있어 전자가 움직이기는 쉽지만, 이온이 움직일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처음에는 완전히 이상적인 2차원 반도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하려면 일부 양이온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아 있는 양이온이 전기장에 의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기존 반도체에서는 이온이 이동할 공간이 거의 없는데, 이 구조에서는 이온이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의 특성과 메모리 기능이 동시에 나타나는 새로운 소재가 탄생하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연구는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는데, 그럴 때 연구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III-V 반도체의 zinc-blende 구조에서 벗어난‘양이온 유택시 (cation-eutaxy)’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제안하였습니다. 이 변화가 어떤 차이를 만들었나요?

기존 반도체 구조에서는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는 있지만 이온이 움직일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기능은 뛰어나지만, 기억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구조는 층 사이에 공간이 있어 이온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온이 이동하면 전류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억 기능이 생깁니다. 결국 하나의 소재에서 반도체 기능과 기억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인공지능 계산을 위한 새로운 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양이온 유택시(cation-eutaxy) 구조는 기존 반도체 구조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소재에서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반도체는 계산을 하고,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따로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계속 옮겨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계산과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이온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전압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인공지능 반도체처럼 많은 계산을 해야 하는 분야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1929년 발표된 ‘폴링의 법칙’을 최신 반도체 연구에 접목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고전이론에서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나요?

학부생이 공부하는 일반화학 교과서에서는 보통 폴링의 1, 2, 3 법칙을 주로 배우는데, 저는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4번째 법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흥미롭게도 배터리 양극재 소재를 보면 이미 이 법칙이 적용되는 구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개념을 반도체 소재에도 적용해 보면 새로운 구조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이론이라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연구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는 국소화학적 식각 방법인‘토포케미컬 에칭(Topochemical Etching)’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어떻게 저전압에서도 잘 작동하는 멤트랜지스터(Memtransistor)를 탄생시킬 수 있었나요?

보통 소재에서 특정 원소를 제거하면 구조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토포케이컬 에칭(Topochemical Etching)은 일부 원소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구조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층과 층 사이에 반데르발스 간격이라는 물리적인 틈이 생깁니다. 이 틈은 마치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이어진 통로라서 이온이 그 길을 따라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에서는 이온이 움직이는 소재가 거의 없습니다. 반도체 구조는 매우 촘촘해서 이온이 움직일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온이 움직이는 소재는 보통 절연체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반도체에서 이온이 실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온 이동으로 나타나는 기억 기능과 반도체가 가진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44종의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계산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합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한 계산은 물질의 에너지 안정성을 기준으로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실험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온도나 반응 시간, 화학 조건 같은 요소들을 바꾸어 가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계산과학을 활용하면 아무런 단서 없이 실험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후보 물질을 좁힐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실험 조건을 어떻게 찾느냐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런 공정을 자동으로 탐색하는 자율화 실험 기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번 연구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지원이 있었기에 새로운 소재 연구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기술을 개선한 ‘팔로업(Follow-up)’ 연구가 아니라,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처음으로 소재를 제안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이 성과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말씀처럼 이번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처음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연구가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연구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먼저 길을 만드는 연구를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소재를 제안하는 연구는 실패 가능성도 크지만, 이런 도전적인 연구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연구문화가자리 잡는 것이 앞으로의 반도체 경쟁력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사례처럼 소재의 국산화와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 확보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됩니다. 교수님의 신소재가 상용화된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전력을 적게 사용하면서 계산과 저장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연구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산업 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원천소재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자원과 소재가 국가 경쟁력뿐 아니라 안보와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산업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이런 축적이 있어야 우리나라가 미래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넘어 ‘금속 기반 전류 제어 기술’로 지난해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 표지를 장식하셨고, 실리콘 광촉매 연구도 진행 중이십니다.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수님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디인가요?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는 뇌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를 소재와 소자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뉴런은 나트륨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 신호를 만들고, 그 신호로 기억하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도 이런 원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금물 속 나트륨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기를 만들고, 그 전력을 이용해 반도체의 기억 기능과 금속 스위치의 빠른 계산 기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소금물을 부으면 스스로 전기를 만들고 기억과 계산을 하는 전자소자를 만드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뉴로모픽 연구가 뇌를 흉내 내는 데 집중했다면, 저희는 이온의 실제 움직임을 이용해 작동하는 새로운 계산 방식을 제안합니다. 조금 공상과학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로봇이 소금물만 공급받으면, 인간이 음식을 먹듯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저희가 그리고 있는 미래입니다.

오랜 시간 고분자와 나노소재를 중심으로 다학제·융복합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서로 다른 학문을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화학이나 일반물리뿐 아니라 미적분, 공업수학 같은 수학 과목, 그리고 신소재 분야에서는 열역학이나 결정학 같은 기초 과목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오히려 큰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본을 잘 갖추고 있으면 새로운 학문이나 낯선 분야를 접할 때도 거부감이 훨씬 줄어듭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항상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대부분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연구실을 이끄는 철학이나 팀워크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성과는 결국 연구원들의 자발적인 열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실제 문제 해결은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주도적으로 하도록 합니다.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저도 늘 배웁니다. 특히 학생들이 자신의 실험에 대해서는 ‘이 분야에서는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도록 격려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고 어려운 문제도 끝까지 파고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학생들과 ‘교수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문제는 진짜 연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늘 학생들과의 미팅에서 날 가르쳐 달라고 얘기합니다. 제 지도교수님께서 ‘좋은 스승이 늘 좋은 학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학생은 반드시 좋은 스승을 만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늘 마음에 두고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실 학생과 연구자 등 신진연구자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연구에서는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모든 결과는 결국 투입한 노력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쉽게 말해 아웃풋은 인풋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문제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발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연구는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기보다는 꾸준히 파고드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조급해하지 말고 한 문제에 깊이 몰입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연구뿐 아니라 교육에서도 ‘우수강의 교수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이어가는 교수님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수업을 잘 못합니다. 다만 연구에서 얻은 경험을 수업에도 많이 활용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실제 연구 이야기를 들으면 학문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학생들에게 ‘아직도 이 과목을 잘 모른다’라고 먼저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제가 이 내용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다시 질문해 보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려면 결국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출장이 없으면 매일 연구실에 나옵니다. 설날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면 1년에 363일 연구실에 있습니다. 저에게 연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입니다.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연구주제나 꼭 이루고 싶은 인생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세계 학생들이 우리나라로 와서 연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연구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신소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연구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 해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모여들고, 우리 연구에서 배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다시 세계로 퍼져 나가는 그런 연구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결국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문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선배 과학자로서 격려와 조언의 말씀 전해주세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인간을 발전하게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은 인간의 본성과 아주 잘 맞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과정입니다. 작은 호기심 하나가 큰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냥 넘기지 말고 끝까지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호기심이 결국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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