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수상자 상세정보

김동하

이화여자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

고효율 원편광 구현 키랄 초분자 기술 개발

공적 요약

- 차세대 초분자 키랄 광학소재 개발…높은 안정성, 공정 단순화로 소자 실용화 앞당겨
- 가시광 전 영역에서 고효율 원편광 발광 구현…디스플레이·보안 기술 혁신 기대

구체적 내용

ㅇ 별모양 블록공중합체 기반 안정적 키랄 광학 성능 구현한 공동조립 플랫폼
기존 선형 고분자 기반의 키랄 조립 방식은 동적 미셀(dynamic micelle)의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가 쉽게 재배열되어, 공정 조건에 따른 재현성과 장기 안정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단분자 미셀(unimolecular micelle)을 형성하는 별모양 블록공중합체를 조립 단위체로 도입해, 외부 자극에도 구조적 안전성을 유지하는 키랄 초분자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특히 R/S-만델산과 고분자 사슬 간의 다중 수소결합을 유도함으로써, 키랄 정보가 분자 수준에서 거시적 구조까지 정밀하게 전달·증폭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복합체 → 나노벨트 → 마이크로섬유로 이어지는 계층적 조립경로를 확립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우수한 키랄 광학 특성과 기계적 강도, 그리고 뛰어난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초분자 조립 구조를 구현하였다.
ㅇ 비키랄 발광체 도입을 통한 고성능·다기능성 원편광 발광 범용 플랫폼 구축
키랄 초분자 공동 조립 시스템에 응집소광 및 응집유도발광 특성을 갖는 다양한 유/무기 비키랄 발광체를 도입해, 가시광 전 영역에서 강한 원편광 발광(CPL)을 구현할 수 있는 범용적 플랫폼을 제시했다. 발광체는 고분자 네트워크 내에서 비공유 상호작용을 통해 고정·정렬되며, 이 과정에서 키랄 초분자 구조의 키랄 정보가 발광체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특히 기존에 구현이 어려웠던 적색 CPL 영역에서도 높은 성능을 달성하였으며, 고분자 매트릭스의 패시베이션(Passivation)효과로 발광 및 광학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나아가 농도 및 용매 증발 속도 등의 공정 변수를 제어함으로써,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상태와 동역학적으로 포획된 상태 사이의 선택적 유도를 통해 초분자 손성(Handeness)과 CPL 부호를 성공적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풀컬러·고효율·다기능성 CPL 소재는 3D 디스플레이, 광자 회로, 보안 및 위변조 방지 기술 등 차세대 광학 소자 분야의 핵심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경력
2015.03.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펠로우, 이화석좌교수
2026.01. ~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24.08.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겸임교수
2021.02.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소장
2020.02. ~ 2026.01. 이화여자대학고 나노바이오·에너지소재센터 센터장
2017.05. ~ 현재 영국왕립화학회 펠로우(Fellow, Royal Society of Chemistry, UK)
2003.05. ~ 2005.10.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 박사후연구원
2000.08. ~ 2003.04. 매사츄세츠 주립대학교 고분자공학과 박사후연구원
주요학력
1996.3. ~ 2000.2. 서울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 공학박사
1992.3. ~ 1996.2. 서울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 공학석사
1987.3. ~ 1991.8. 서울대학교 섬유공학 공학사

3, 생동하는 에너지와 함께 전해진 김동하 교수의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 소식은 나노 광학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빛의 회전성을 제어하여 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키랄(Chirality) 광학연구 성과가 주목받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빛과 소재의 정밀한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 분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부터 바이오 진단까지 인류의 삶을 혁신할 핵심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김동하 교수는 그간 난제로 남아있던 풀컬러 원편광 발광 플랫폼을 구축하며 독보적인 학술적 성취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적 진보보다 소중한 가치를 강조합니다. 연구성과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85명의 공동연구자와 쌓아온 견고한 신뢰, 그리고 제자들의 성장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 나눔과 상생의 연구 철학이 그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겸손한 자세로 미래 과학의 길을 개척 해온 김동하 교수의 연구 여정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수상소감 한 말씀 전해주세요.

본 상의 명칭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으로 격상된 첫해에 수상자로 선정되어 매우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로서 20년간 교육과 연구에 정진해온 보상으로 사료되어 뜻깊고, 학계에 가치 있고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공유하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금번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된 연구 성과 도출에 크게 기여한 제자 김민주 박사님과 공동연구자인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즈췬 린(Zhiqun Lin) 교수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2025년 많은 연구성과를 산출한 포에틱스연구실(POETICS Laboratory) 구성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3월 새학기를 시작하는 교수님의 근황과 함께 이번 학기 주요 계획도 전해주세요.

새학기를 맞을 때마다 늘 낯설면서도 설레는 마음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업무임에도, ‘고분자화학’수업을 더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하고자 합니다. 연구 활동으로는 제가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소 ‘자율운영중점연구소’ 사업에 새로이 참여하는 세부과제 책임자분들과 협력하여, 가치 있는 융복합 연구 성과를 도출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2단계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교내 사업인‘Ewha Global Excellence Program(EGEP)’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Brain Korea Five(BK5) 사업 수주를 위한 초석을 다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연구실 2.0 사업단의 부단장으로서, 이화여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과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성실히 기여하겠습니다.

이화여대 포에틱스연구실과 함께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를 이끌고 계십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융복합 나노소재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포에틱스연구실은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및 연료전지,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전환, 메모리 및 생의학적 진단·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학제 분야에 필수적인 신소재와 첨단 소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영역에 응용되는 소재를 설계하는 통합 원리를 도출하는 데 연구의 핵심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연구의 주요 기반으로는 고분자·초분자 자기조립(Supramolecular Self-Assembly), 플라즈모닉스(Plasmonics), 저차원 페로브스카이트(Low-dimensional Perovskite), 비귀금속(Non-noble Metal) 촉매 및 키랄 나노소재(Chiral Nanomaterial) 등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일한 원리와 구성 성분을 공유하는 ‘플라즈모닉 안테나-리액터(Plasmonic Antenna-Reactor)’촉매 소재를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과 암치료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에 성공적으로 응용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으며, 해당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관련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위 과정에서는 고분자공학을 전공하고, 박사후연구원 시절 나노기술을 접하며 연구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이후 산업체 재직 기간에는 메모리소자 개발 연구에 참여하였고, 대학에 자리 잡은 후에는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개척하고자 고심한 끝에 융복합 나노소재 연구에 주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과정에서 체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시 사회와 학계가 절실히 요구하던 분야를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또한 구축해 온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공동연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생소한 분야일지라도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과제, 그리고 연구 결과의 가치와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슈를 발굴하는 데 매진하였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독창적인 연구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 키워드인 ‘키랄성(chirality)’은 일반인에게는 낯선 단어입니다.

‘키랄(Chiral)’이라는 용어가 조금 어렵게 들리겠지만, 사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념입니다. 가장 쉬운 예가 왼손과 오른손입니다. 양손은 모양이 거의 똑같지만, 서로 포개었을 때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거울에 비춘 듯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성질을 ‘키랄성’이라 부릅니다. 자연에서도 이런 성질이 빈번히 나타납니다. 특히 약이나 생체 물질에서는 분자의 방향성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진통제 이부프로펜은 특정 방향의 분자에서만 약효가 발휘됩니다. 과거 1950~ 60년대 입덧방지 약으로 판매됐던 탈리도마이드는 분자의 방향이 달라져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로, 의약품 및 화학 물질 개발에 있어 키랄성 제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처럼 키랄성은 단순한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물질의 성질과 기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따라서 키랄성 연구는 자연의 작동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학술적 출발점입니다.

별모양 블록 공중합체를 활용한 키랄 초분자 공동조립이라는 접근은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연구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설명해 주세요.

이번 키랄 초분자 공동조립 연구성과는 기존의 연구 자산을 계승하여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법과 오랜 기간 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연구진과의 협업에 의해 도출되였습니다. 2013년 당시 조지아공대 신소재공학과에 재직 중이던 즈췬 린(Zhiqun Lin) 교수 연구진은 별모양의 양친성1) 블록 공중합체2)를 합성하고, 이를 거푸짚과 같은 틀로 활용하여 균일한 크기의 다양한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22년, 당시 박사과정 김민주 양이 별모양 양친성 블록 공중합체에 키랄성 분자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를 집짓기 블록처럼 활용하여 후속 열처리를 함으로써 특정한 방향성과 비틀림 성질을 갖춘 3차원 초분자 형태로 자라는 현상을 유도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렇게 생성된 구조체는 키랄 광학성이 극대화된 성능을 발현하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1)양친성(Amphiphilic): 물과 기름처럼 극단적으로 상이한 성질의 용매성을 동시에 갖춘
2)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 두 종류 이상의 고분자가 하나의 분자 내에 사슬의 한쪽 끝을 매개로 연결된 고분자

특히 기존에 구현이 어려웠던 적색 영역까지 포함한 가시광 전 영역의 원편광 구현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성과가 왜 중요한지 학문적·기술적 의미도 설명해주세요.

원편광은 빛의 세기와 색상뿐만 아니라, 빛의 회전 방향이라는 추가 정보를 포함하는 고차원적 광학 상태입니다. 이러한 원편광을 정밀하게 만들고 제어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정보를 담는 차세대 광학 기술로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학문적으로는 작은 키랄 분자의 손성(Handeness)1)이 고분자 사슬을 거쳐 더 큰 초분자 구조로 단계적으로 전달·증폭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점이 중요합니다. 또한 발광체가 키랄 공동 조립에 참여할 때 원편광 발광이 구현되는 인과관계를 제시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적색은 발광체가 분자 간 응집으로 발광이 약해져서, 강한 원편광과 높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적색을 포함한 가시광 전 영역에서 강하고 안정적인 원편광 발광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원편광 소재를‘풀컬러 범용 응용 플랫폼’으로 확장했으며, 이는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고정밀 광학 소자, 정보 보안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잠재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1)손성(Handeness): 비대칭 물체의 거울상 구별

상온에서 100일 이상 안정성을 유지하고 반복 가열·냉각에도 성능이 유지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안정성을 가능하게 한 핵심 설계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본 연구에서 구현한 키랄 초분자 구조체 안정성의 핵심은 조립 단위를 구조적으로 고정하고, 동시에 강력한 비공유1) 상호작용인 다중 수소결합을 통해 전체 구조를 단단히 결합한 데 있습니다. 기존의 선형 블록공중합체 기반 키랄 조립은 대개 동적 미셀2) 상태를 전제로 하므로, 환경 변화에 따라 미셀이 해리되거나 재조립되면서 구조가 쉽게 재배열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별모양 블록공중합체가 형성하는 단분자 미셀을 스캐폴드3)로 활용해, 환경 변화에도 안정한 조립 단위를 먼저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만델산4)과 같은 키랄 첨가제가 고분자와 다중 수소결합을 형성하도록 정밀하게 설계하여, 손성 정보가 고분자 사슬 및 초분자 구조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발광체 역시 고분자 네트워크 내에서 비공유 상호작용을 통해 결합·고정되어, 열 자극이나 시간 경과에 따른 분자 응집으로 인한 성능 저하 현상을 억제했습니다. 그 결과 구조적 안정성과 광학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1)비공유(Non-covalent): 수소결합, 이온결합, 쌍극자결합, 반 데르 발스 결합, 파이 결합, 소수성 결합 등 공유결합 이외의 상호 작용을 일컬음
2)미셀(Micelle): 친수성과 소수성 단위가 핵-껍질 구조를 갖춘 구형 화합물
3)스캐폴드(Scaffold): 거푸집과 같은 틀 역할을 하는 구조체
4)만델산(Mandelic Acid): 쓴 아몬드에서 추출되는 알파 하이드록시산(AHA) 계열 성분

이번 연구가 기존 고분자·초분자 조립 기술과 비교했을 때 결정적으로 다른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본 연구의 핵심적인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계층 조립 메커니즘을 구조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함께 규명한 점, 둘째, 용매·농도·증발 속도 같은 공정 변수로 키랄성을 제어한 점, 마지막으로 발광체 종류가 달라도 동일 플랫폼에서 풀컬러 원편광 발광을 구현한 범용성 확보입니다. 기존 연구들은 조립 단위의 동적 특성 때문에 조립 경로를 규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본 연구는 조립 단위를 먼저 고정하고, 키랄 첨가제의 다중 수소결합으로 손성 정보가 단계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복합체 → 나노벨트 → 마이크로섬유로 이어지는 조립 경로를 정립했습니다. 나아가 공정 변수 제어를 통해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구조와 동역학적으로 포획된 구조를 선택적으로 형성하며 키랄성을 제어했습니다. 특히 기존 기술은 강한 원편광을 얻기 어렵거나, 발광체별로 조건을 다시 최적화해야 했지만, 본 연구는 다양한 발광체를 동일 플랫폼에 넣어도 강한 원편광을 달성해, 범용적 원편광 발광 소재 제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가 미래 디스플레이나 광학 기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번 성과는 발광체의 종류와 무관하게 고효율 풀컬러 원편광 발광 소재를 범용적으로 구현하고, 발광 효율·수명까지 개선하여 디스플레이와 광학 기술을 ‘색 + 회전 방향’까지 활용하는 정보 기반 광학 체계로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좌·우 원편광을 추가로 활용해 같은 색의 빛도 더 잘 구분할 수 있어 3D 표시와 편광 설계에서 화질·명암·시야각 개선에 유리합니다. 특히 그간 구현이 까다로웠던 적색까지 안정적으로 구현해 색마다 재료를 따로 최적화하던 부담을 줄이고, 공정·설계를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편광은 필터·센서·광통신 분야에서 신호 간섭을 줄이고 구분 능력을 높이며, 보안·정보저장에서는 같은 색 안에 다른 정보를 숨기는 다층 보안 구현에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본 소재가 지닌 높은 안정성과 대량 생산 가능성, 단순한 조립 공정은 실제 소자 적용과 실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키랄 소재 연구를 에너지, 촉매, 바이오 진단·치료 분야로까지 확장해 오셨습니다. 이처럼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 키랄 나노소재를 다학제적 분야에 응용한 것은 연구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학계에서도 유사한 전략과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령, 그래핀1), 양자점2) 및 금나노입자 등도 나노전자소자부터 바이오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학계에서 키랄 소재 관련 연구는 이미 폭넓게 수행돼 왔습니다. 특히 최근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에너지 생산, 3차원 디스플레이, 스핀트로닉스3), 양자 네트워크, 암호화·정보 보호 및 진단·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키랄 소재 연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특히 키랄성과 플라즈모닉스 현상을 결합한 융복합 촉매 소재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부터 암치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 가능한 보편적 소재 설계 원리 및 작동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범용적인 연구성과를 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1)그래핀(Graphene):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2차원 평면 구조로 결합한 물질로, 원자 한 층 두께의 얇은 막 형태의 신소재
2)양자점(Quantum Dot): 양자효과를 띄는 2~10 나노미터(nm)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결정으로, 크기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색깔이 변하는 특이한 광학적 성질을 가진 나노 입자
3)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고유한 자기적 성질인 '스핀(Spin, 업/다운)'을 정보 처리 및 저장에 활용하는 차세대 전자공학 기술

키랄 플라즈모닉 촉매를 활용한 암 치료와 수소 생산 연구는 얼핏 서로 다른 분야처럼 느껴집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최근 저희 연구진이 보고한 키랄 플라즈모닉 촉매(chiral plasmonic catalyst)의 구성과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키랄 소재가 다기능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 시스템은 안테나 역할을 하는 플라즈모닉 금나노소재와 반응기 역할을 하는 촉매 소재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하면, 빛을 받은 금나노소재 표면에는 소위 플라즈몬1)이 여기(Excitation)2)되어 강한 에너지를 띄는 전기장과 전하3)가 발생합니다. 이때 발생한 전기장은 열에너지로도 작동하여 그 자체로 종양이나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데 이용되거나 인접 촉매를 활성화하는 에너지원으로 기능합니다. 동시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하는 촉매 소재로 이동하여 표면에서 산화 및 환원 반응을 촉진하며, 물이나 암모니아 등으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키랄 플라즈모닉 촉매 주변에는 활성 산소종4)이 다량 발생하고 이는 환부 주변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생의학적 치료에 이용됩니다. 결국, 하나의 소재가 가진 광학적·물리적 특성을 제어함으로써 에너지 생산과 질병 치료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한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1)플라즈몬(Plasmon): 표면 플라즈몬(Surface Plasmon)을 칭하며 금속 표면의 자유 전자들이 빛(전자기파)의 에너지와 상호작용하여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유사 입자
2)여기(Excitation): 반도체 소재에 에너지를 가하여 들뜬 상태로 유도하는 현상
3)전하(Carrier): 전자(electron) 및 정공(hole)과 같이 전하(charge)를 띄며 에너지 전달을 매개하는 입자
4)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ROS):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높은 산소 화합물

오랜 시간 고분자와 나노소재를 중심으로 다학제·융복합 연구를 지속해 오셨는데요. 서로 다른 학문을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학제·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 개인의 역량도 요구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동연구자를 확보하고 이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기도 하고 가족만큼 긴밀한 평생의 동지와 같은 분들과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연구 성과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아낌없이 공유함으로써 굳건한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국내외 85명에 달하는 연구자분들과 공동교신저자로 논문을 함께 게재해 왔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연구 파트너를 확보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정성을 다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중 기억에 남는‘성공’또는 연구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으신가요?’

연구자로서 경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전환점을 맞았지만, 그 중에서도 평생의 동지와 같은 세계적인 학자와의 인연을 맺은 것,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산출한 것과 훌륭한 제자를 양성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가 2013년, MIT 연구년 체류 중 국제학회에서 에드워드 H. 사전트(Edward H. Sargent) 교수님을 만나서 인연을 맺은 일도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박사과정이었던 전리나 양을 가교로 양측 연구실이 공동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그 결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미국화학회지(JACS) 등 유수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며 현재까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 재직 기간 같은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즈췬 린(Zhiqun Lin)과의 오랜 우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친분을 소중하게 발전시켜 2025년 김민주 박사가 상대 연구진의 밍위에 장(Mingue Zhang) 박사와 함께 주도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 지에 게재하는 등 두 연구자가 평생의 반려자가 된 사건 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실 학생과 연구자 등 신진연구자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고 핑계를 대지 말자’입니다. 지금까지 학계에 몸담으며 주변에 엄청난 성공 사례와 벤치마킹 대상을 접할 수 있었고, 불가능한 수준을 가능하게 만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성취 동기가 있는 분들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인프라, 연구비 및 인력이 필요하고 소속한 기관의 제반 환경은 천차만별일 것이고 상대 비교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문곡직, 본인이 선택한 기관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성과를 하나씩 쌓아올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나의 성과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만큼 다른 연구자의 성취를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학생들과 신진연구자 분들에게는 앞으로 경력 개발 단계마다 두세번 이상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마지막에 가장 성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내와 집념을 갖고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연구주제, 또는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연구 생태계 역시 급변하며 예측이 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소재 연구 분야에서는 AI 및 자동화 시대에 부합한 전략과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차별성이 있는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천착해온 다학제 융복합 나노소재 및 소자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리를 구축하여 학계에 공유하는 것과 제 연구실의 자체적인 역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독보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학문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이 항구적인 목표입니다. 아울러 제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제자들이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독립적인 연구자로 자리 잡고, 학문적 동료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훌륭한 연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우며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야 말로 저의 궁극적인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에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며 진심어린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출신 배경과 가정 환경에 의해 진로와 경력 개발이 심각하게 제약받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박사후연구원 및 최종 직장에 이르기까지 성장을 돕는 열린 기회가 끊임없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원부터는 타 분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견고한 재정적 지원 체계가 갖추어져 있고, 연구 여건과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국내 과학계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확고한 자기 동기부여와 꿈만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과학자는 항상 창의적인 생각과 미래지향적인 도전을 추구하는 직업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시간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기에, 과학자의 길은 평생 추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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