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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기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친환경적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고성능 촉매 개발

공적 요약

친환경적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고성능 촉매를 개발하여 탄소중립과 수소 경제 전환의 핵심 기반을 마련하였다.

구체적 내용

루테늄(Ru) 촉매와 산화바륨(BaO) 조촉매를 전도성이 뛰어난 탄소 지지체에 배치하여 ‘화학 축전지’처럼 양전하와 음전하를 따로 저장하는 촉매 소재를 개발.
이 촉매 소재는 기존 최고 수준의 촉매 대비 7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합성 성능을 보이며, 저온(300℃)·저압(10기압)의 온건한 조건에서 실질적 활용이 가능.
이를 통해 100년 동안 지속되어 온 공정을 뛰어넘어 친환경 암모니아 합성의 국면 전환 요소(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할 것이 기대.

주요경력
2021.09. ~ 현재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교수
2015.03. ~ 2021.08.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부교수
2010.12. ~ 2015.02.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조교수
2009.04. ~ 2010.11. 미국 UC Berkeley 화학공학과 박사후연구원
2007.03. ~ 2009.03. KAIST 화학과 박사후연구원
주요학력
2004.03. ~ 2007.02. KAIST 화학과 박사
2002.03. ~ 2004.02. KAIST 화학과 석사
1998.03. ~ 2002.02. KAIST 화학과 학사

KAIST 화학생명공학과 최민기 교수는 암모니아 합성 촉매 연구로 지난 100년간 변치 않던 하버?보슈 공정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하버-보슈 공정은 20세기 초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에 기여하며 과학사에 길이 남은 혁신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최민기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이론은 반응 과정에서 전하의 이동을 정밀하게 제어해 촉매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이를 통한 암모니아 합성의 친환경적 전환은‘그린 암모니아 시대’를 앞당기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최민기 교수는 “때로는 느리고 어려운 길이었지만‘정말 중요한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가?’, ‘끝까지 이해했는가?’라는 물음이 자신의 연구를 지금까지 이끌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초과학의 깊이와 공학적 응용을 잇는 촉매 연구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최민기 교수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5년 11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때로는 느리고, 인정받기 어려운 길이었지만, 언제나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연구를 하자는 마음으로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번 수상은 그 노력에 대한 소중한 보답이라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연구실 식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시작이 공존하는 11월입니다. 교수님의 근황도 전해주세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루틴이 있는 삶에 익숙한 편이라, KAIST에 부임하고 15년 간 제 일상은 늘 대동소이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와 학생 교육에 집중하고 있으며, 틈틈이 운동하고, 답답할 때면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이런 일상들이 저에게는 의미 있고 소중합니다. 다만 최근 연구 성과들이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초청 강연이나 국제 제올라이트 학회(IZC) 위원 활동 등 새로운 책임도 늘어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촉매 연구에 매진해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촉매는 화학 반응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로, 현대 화학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이나 정유 과정에서 촉매는 더 적은 에너지로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게 하며,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반응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화학 반응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저감, 친환경 공정 개발 같은 사업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촉매 연구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깨끗한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화학 분야 중에서도 촉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촉매 연구는 여러 학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촉매는 대개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무기 물질이기 때문에, 무기화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리학적 지식도 요구됩니다. 또한, 촉매가 주로 작용하는 대상이 유기물이므로 유기화학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화학 공정, 반응기 설계, 열과 물질의 이동 같은 공학적 지식까지 필요합니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배우고 활용해야 하는 도전적인 학문이기에, 촉매 연구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우수한 촉매를 개발했을 때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온·저압(300℃, 10기압)에서 암모니아를 고효율로 합성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여 기존 하버-보슈 공정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촉매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반응은 공기 중의 질소(N2)와 수소(H2)를 반응시켜 암모니아(NH3)를 합성하는 하버?보슈 공정입니다. 비료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의 대량 생산은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정이 개발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촉매와 공정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공정에 대한 개선 여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완성된 기술'이라는 인식에 후속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후속 연구의 파급력도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최근 재생에너지로 얻은 수소를 활용해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 저장 매체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며, 하버?보슈 공정 연구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기존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연구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설명해주세요.

저희 연구팀은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루테늄(Ru) 기반 암모니아 합성 촉매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이론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반응 과정에서 생성된 수소 원자(H)가 전자(e?)와 수소 이온(H?)으로 분리되어, 촉매의 다른 부분에 각각 '화학적 축전기'처럼 각각 저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 덕분에 질소 분자의 활성화가 훨씬 용이해졌고, 반응 효율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개발한 새로운 촉매는 기존 촉매보다 약 7배 높은 활성을 보였으며, 이는 앞으로 친환경 암모니아 생산 기술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적 의미는 물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가 큽니다.

이번 연구는 촉매 반응 과정에서 전하(전자와 수소 이온)의 분리와 이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암모니아 합성 반응의 근본적 이해를 한 단계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향후 촉매 설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큽니다. 나아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인 촉매를 통해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적 이점은 물론, ‘그린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청정 연료 및 수소 저장 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식량·에너지·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00년 전 연구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끈 연구 방법도 궁금합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의 진취적인 포부와 달리, 오랜 역사를 가진 이론과 공정에 ‘새로운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약 6개월간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서 묻지 않았던 질문’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확히 모르는 중요한 이슈’를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암모니아 합성 촉매에 소량의 염기성 조촉매를 첨가하면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이유’를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조촉매의 양이 미미해 연구가 매우 까다로웠던 것이죠. 이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고, 염기성 조촉매가 전자와 수소 이온의 분리를 촉진한다는 가설을 세웠는데, 파격적이고 새로운 이론이었습니다. 이후 이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설계했고, 많은 연구자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나아가 이 원리를 바탕으로 고성능 촉매 설계가 가능함을 보여주며, 이 이론의 학문적·실용적 중요성을 재확인하였습니다.

교수님의 연구가 기존의 촉매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촉매는 나노미터 단위에서 여러 구성 물질이 복잡하게 섞인 물질입니다. 겉보기에는 같은 성분 같아도, 배치와 미세구조에 따라 활성이 수십 배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거나 원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많은 촉매 연구가 대체로 반복 실험을 통한 성능 개선에 집중해 왔습니다. 저는 원자 단위에서 촉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혁신이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학위 과정에서 기초과학인 화학을 공부하며 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훈련을 받았고, 독립 연구자가 된 후에는 화학공학을 접목해 실용적 촉매 개발의 다리를 놓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초 과학적 이해와 공학적 응용을 아우르며,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실제 고성능 촉매 설계로 연결하는 것이 저희 연구의 강점입니다.

그럼에도 연구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나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초기 단계입니다. 암모니아 합성이 중요한 문제라 믿고 용감하게 도전했지만, 워낙 많은 연구가 축적된 분야라 새로운 질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몇 달 동안 답을 찾지 못하자, 제 과학적 호기심 때문에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학생들과 기존 문헌 결과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던 중, 마침내 ‘중요한 질문 하나와 그에 대한 가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흥분했습니다. 특히 제 앞에 있던 열정적인 학생은 단 일주일 만에 우리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때부터 연구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닌 함께 즐기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기초연구부터 산업 공정 적용까지, 학술적 원천성이 높으면서도 실용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도 높게 평가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촉매는 과학적으로 깊이 들여다보기 굉장히 까다로운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촉매의 반응 메커니즘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단순히 성능이 조금 나아진 촉매를 만들 수 있을뿐 혁신적인 촉매 반응을 설계하기는 어렵습니다. 동시에 촉매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산업적 활용이기 때문에, 대형 스케일의 공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초연구에만 머무르면 현실과의 간극이 커질 수 있습니다. 흔히 그 간극은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메워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사실 연구자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초 연구와 실용 연구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과정으로 생각해 이 둘을 함께 아우르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실용화하기 위한 추가 연구 계획도 있으신가요?

그린 암모니아 합성은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데 핵심적인 공정입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기술이며, 저희도 당연히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촉매 설계 원리는 이미 도출되었기에,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지, 또 대량생산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는데, 이번에 밝혀낸 촉매 원리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이번 연구를 통해 이해한 촉매의 근본 작동 원리는 암모니아 합성·분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화학 반응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촉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인 ACS Catalysis의 Editorial Advisory Board(편집자문위원)으로 봉사 중이십니다. 촉매 연구의 최일선에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요? 교수님이 주목하는 이슈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ACS Catalysis의 Editorial Advisory Board 활동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학문 공동체에 기여할 소중한 기회입니다. 촉매 과학 발전을 위해 공정하고 깊이 있는 학술 평가와 논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과 학문의 흐름을 가늠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과정은 제 연구에도 큰 자극이 됩니다. 앞으로 촉매 연구는 단순히 반응 효율 향상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성을 핵심 가치로 삼을 것입니다.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촉매 개발, 전기화학적·광화학적 촉매를 통한 에너지 전환, 그리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 연구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접목한 촉매 설계는 촉매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합니다.

KAIST에서 에너지녹색촉매 연구실을 이끌고 계십니다. 평소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첫째 ‘정말 중요한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가?’입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제와 내가 진심으로 중요하다고 믿는 문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남이 정한 길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확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몰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끝까지 파고들어 완벽히 이해하고 마무리했는가?’입니다. 과학자는 늘 평가받는 위치에 있고, 연구 시스템은 종종 우리를 조급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깊게 파고들어야 의미 있는 성과가 남고, 후속 연구의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이 두 질문을 늘 마음에 두고, 단순히 빠른 성과 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구를 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경쟁력 있는 연구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생활은 단순하게, 생각은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자 회의나 관심사를 최소화하고, 일상에서 꼭 해야할 일은 루틴을 만들어 습관적으로 실행합니다. 그렇게 하면 중요한 일에 쓸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깁니다. 그 여유 시간에는 산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곱씹으며 해결책을 찾습니다. 또한 학생들과의 토론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는 합니다. 결국 의미 있는 연구는 정신적 여유와 사람들과의 활발한 토론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보람을 느꼈던 기억도 나누어주세요.

성과가 겉으로 크게 드러났을 때보다, 제가 존경하는 동료 과학자들이 제 연구 뒤에 숨은 노력을 알아봐 줄 때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연구자들이 제 논문을 찾아 읽고 ‘좋은 연구 하느라 고생했다’, ‘네 논문을 읽었는데 참 즐거웠다. 앞으로도 기대하겠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주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그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연구실 구성원들과 공유합니다. 학생들도 ‘우리 연구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얻습니다. 결국 저에게 가장 큰 보람은, 제 연구가 다른 과학자들의 마음과 지적 여정에 울림을 줄 때이며, 그것이 연구자로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반대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고비는 무엇이었나요?

과학자는 늘 평가받는 존재입니다. 문제는 그 평가 기준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과학’의 기준과는 종종 다르다는 것입니다. 연구가 너무 급하게 결과를 내야 한다거나, 획일화된 정량적 지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분위기는 때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펼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웅크리고 기다려야 하는 시기가 있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학회에 나가서 존경하는 동료 과학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분들이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저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연구 목표도 궁금합니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촉매와 흡착 기반 화학공정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촉매 분야와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바람은, 제가 연구자의 길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제가 이끌어온 연구 성과들 중 일부가 실제로 실용화되어 사회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많을 필요는 없어요. 몇 개만 되면 됩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견된 과학적 원리들이 학문적으로도 정리되어 관련 분야의 서적에 실리고, 후학들에게 지적·학문적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즉, 제 연구가 당대의 문제 해결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의 연구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연구자의 모습입니다.

교수님은 과학자의 삶을 언제부터 꿈꾸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의 말씀 전해주세요.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반 아이들 중 절반은 ‘과학자’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저도 집에서 무언가 만들거나 고칠 때(사실 망가뜨릴 때가 더 많았지만) 가족들이 ‘척척박사’라고 불러주어 자연스럽게 과학에 이끌렸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고, 존경하는 분들의 발자취를 좇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좋아한다면, 즐겨라’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의대나 안정된 길이 각광받지만, 본인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남의 평가에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과정 자체가 즐거워지고, 몰입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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