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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지는 가변강성 정맥 주사바늘 개발

공적 요약

정재웅 교수는 액체금속 갈륨이 체온에 반응해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하는 특성을 활용하여 상온에서 딱딱한 상태이다가 체내에 삽입되면 생체 조직처럼 부드러워지는 가변강성 주사바늘을 개발하였다.

구체적 내용

ㅇ 액체금속 갈륨의 상변화를 활용한 가변강성 정맥 주사바늘 개발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방법으로 신속한 효과와 함께 지속적 약물 투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하여 범세계적으로 환자치료에 통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액체금속 갈륨이 체온에 반응해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하는 특성을 활용하여, 딱딱한 상태에서 체내 삽입 시 조직과 같이 부드러워지는 가변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개발하였다. 이 주사바늘은 환자의 움직임에도 혈관 손상 없이 안정적인 약물 전달을 가능하게 하며, 갈륨의 과냉각 현상에 의한 비가역적 유연화를 통해 사용 후 바늘 찔림 사고나 비윤리적 재사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가변강성 기술은 상황과 목적에 맞게 기기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웨어러블 및 임플랜터블 기기 구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ㅇ 나노박막 온도 센서 기반 정맥 주사 약물 누출 실시간 센싱 기술

정맥 주사 중 잘못된 주사바늘 위치로 인해 약물이 혈관이 아닌 주변 조직으로 유출될 경우, 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진은 약물 유출 시 주위 조직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에 착안하여,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나노박막 온도세서를 탑재한 주사바늘을 개발하였다. 생체 모사 조직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약물 누출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으며, 이러한 기술은 환자에게 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경력
2017.12. ~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조교수/부교수/석좌교수
2015.01. ~ 2017.12.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 조교수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2012.07. ~ 2014.11.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박사후연구원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주요학력
2008.06. ~ 2012.06.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2006.08. ~ 2008.06.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전자공학 석사 (Stanford University)
2003.01. ~ 2005.05.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전자공학 학사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미래 헬스케어와 환자 치료 혁신을 목표로 바이오 전자 소자와 의료기기 개발에 매진해온 정재웅 교수의 연구 성과가‘세계 환자안전의 날(9월 17일)’을 맞아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의료 경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큽니다. 정재웅 교수는 ‘배우는 과정을 즐기고 스스로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려 노력해왔다’라며, 자신의 연구 여정을 회상했는데요. 파급력 있는 성과뿐 아니라 도전적이면서도 겸손한 연구 자세로 의공학 기술 혁신을 이끌었기에 후학은 물론 동료 연구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상식을 넘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상상하고 더 큰 꿈을 꾸며, 더 나은 미래 의료 실현을 위해 오늘도 도전하는 정재웅 교수를 소개합니다.

2025년 9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흔쾌히 공동연구를 수락해 주시고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님과, 열정적으로 연구에 함께해준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연구실 학생들, 다방면으로 협력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교수님들과 연구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변함없이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극한 폭염과 폭우가 계속됐던 여름도 어느덧 저물고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학기를 맞아 어떤 일상을 보내시는지요?

저희 연구실 내부적으로 세대교체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선배 연구자들이 쌓아온 지식과 연구경험을 후배들이 잘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연구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전자장치와 생물학적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의공학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전자공학, 소재, 바이오 및 의학이 결합된 융합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소자와 인체를 기능적·물리적으로 어떻게 더 정교하게 결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연·신축성 전자소자, 가변강성 기기, 바이오 센서 등을 연구 개발하여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 및 생체 삽입형 임플랜터블 기기에 적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체 적용 분야로는 뇌, 피부, 혈관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바이오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시고, 관련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이끌고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전자장치와 생체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질병 진단과 치료를 더 효과적으로 하고, 기존 의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였습니다. 특히, 기존의 딱딱하고 제한적인 의료기기들과 달리, 상황과 목적에 맞게 변할 수 있는 가변강성 기기와 신체와 조화를 이루는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전자소자를 통해 더 나은 의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교수님은 가변강성(可變剛性) 의료 기기의 개념을 제시하시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오셨습니다. 본격적인 연구이야기에 앞서 ‘가변강성’의 개념을 먼저 설명해주세요.

가변강성은 말 그대로 강성, 즉 딱딱한 정도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딱딱하거나 유연한 형태 중 한 가지만 취할 수 있었던 기존 전자기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변강성 전자기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딱딱한 형태의 의료기기의 경우 부드러운 피부와의 강성도 차이로 인해 피부 부착 시 불편함을 야기하거나 조직 삽입 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피부처럼 유연한 의료기기는 피부나 조직에 적용 시 우리 몸의 일부처럼 이질감 없이 사용될 수 있지만, 부드러운 특성으로 인해 정교한 핸들링이 어렵습니다. 저희가 연구하는 가변강성 전자기기는 강성 변화를 통해 상황에 맞게 딱딱한 기기와 부드러운 기기로 변환될 수 있는 기기를 의미합니다.

지난해 논문으로 발표한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져 재사용 불가능한 정맥 주사바늘은 대표적인 가변강성 연구 성과로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배경과 함께 주요 연구 성과도 알려주세요.

정맥주사는 약물을 빠르고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환자 치료에 널리 활용됩니다. 하지만 기존 주사바늘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져, 부드러운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 움직임이 제한되고, 통증이나 혈관 손상으로 인한 추가 치료 및 비용 부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단단한 바늘은 사용 후 의도치 않은 찔림 사고를 유발하고, 재사용 가능성이 높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비롯해 B형·C형 간염과 같은 질병의 심각한 감염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 주사기의 개발과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을 이용하여 가변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개발하였습니다. 상온에서 딱딱한 상태의 주사바늘은 피부조직에 삽입될 수 있지만, 체내 삽입 후에는 갈륨의 액체화로 인해 바늘이 조직과 같이 부드러운 상태로 변하여 혈관 손상 없이 안정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해집니다. 한 번 사용한 주사바늘은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갈륨의 과냉각 현상에 의해 상온에서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여 바늘 찔림 사고나 재사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가변강성 주사바늘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또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연구 아이디어는 일상생활 속에서 얻었습니다.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는 환자를 보면서, ‘우리 몸 안에 오랫동안 머무는 주사바늘이 인체 조직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면 환자 움직임이 더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저희 연구실에서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의 액체-고체 상변이 특성을 활용한 형태와 강성이 변화 가능한 전자기기를 연구하고 있어서, 이를 주사바늘에 적용해 보자라고 생각한 것이 좋은 성과로 발전하였습니다.

가변강성 정맥 주사바늘의 학술적·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본 연구는 활용성과 안전성을 높인 신개념 가변강성 주사바늘을 개발함으로써, 의료기기 분야에 혁신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본 주사바늘은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향상시켜 합병증 및 감염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현재 딱딱한 주사바늘로 인한 혈관 합병증과 찔림 사고, 비윤리적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 기술은 이러한 글로벌 의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관련 의료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강성 정맥주사 바늘은 한국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하였습니다. 삶의 질과 밀접한 기술인만큼 의료현장에서 빨리 만나고 싶은 바람인데요. 실용화를 위한 후속연구 계획도 궁금합니다.

본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대량생산 기술 확보와 더불어, 체내 안전성과 사용 신뢰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맥주사 바늘은 혈관 내부에 직접 사용되는 의료기기인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 면에서 작은 결함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도전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용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높은 수준의 정밀성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의 연구개발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안정적인 생산과 향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량생산 공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갈륨 주사바늘의 체내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다각적인 생체 테스트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임상·임상 연구와 함께, 사용성 평가 및 디자인 최적화를 통해 실질적인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KAIST에서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연구실을 이끌고 계십니다. 평소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연구실 생활에서 서로 간의 빠르고 원활한 소통, 책임감 있는 행동, 그리고 상호 신뢰를 위한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기본적인 요소들이지만, 이런 기본이 잘 지켜질 때 조직이 더욱 단단해 지고, 연구에서도 자연스럽게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된다고 믿습니다.

더불어 경쟁력 있는 연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덕목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새롭고 중요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나만의 연구 주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더 이상 경쟁이 필요 없어지게 되고, 그 자체로 가장 경쟁력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연구자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보람을 느꼈던 기억도 함께 나누어주세요.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로 여겨지고 관심을 받을 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일례로 저희 연구실은 오랜 기간 뇌 연구를 위한 무선 뇌 이식용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 연구자분들께서 본인들의 연구에 이 장치를 활용하고자 공동연구를 제안해주시고 실제로 사용해주실 때, 그 의미와 성취감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또한 이번 가변강성 주사바늘 연구 역시 예상보다 많은 분들께서 미디어를 통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것이 연구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오며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연구 자체는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게 다가올 때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박사후 연구원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래도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자리를 잡기 위해 성과를 많이 내야 하는 과도기적 단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구 성과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다행히도 주위의 좋은 동료들 덕분에 그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 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늘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공학적 접근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특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 접근성과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실험실 차원의 기술 개발을 넘어, 누구나 쉽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기를 구현함으로써 실질적인 의료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데 있습니다.

교수님은 과학자의 삶을 언제부터 꿈꾸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시절, 책을 보며 막연하게 과학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그 방향이 점차 구체화되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진로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이 너무 성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지금 배우는 과정을 즐기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상상하고 더 큰 꿈을 꾸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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