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양자역학적 스핀(spin) 펌핑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
ㅇ온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순간 (상온) 에 나오는 스핀 전류(스핀 펌핑)
‘철(Fe)-로듐(Rh)’물질이 (좌)저온에서의 반강자성 상태에서 (우)고온에서의 강자성 상태로 자기적 상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해서 (가운데)상온 부근에서 스핀의 크기가 급격히 변하는 순간에 생성된 ‘스핀 전류’가 인접한 비자성 물질인 백금(Pt)으로 전달되어 유도된 전압을 측정함으로써 스핀 전류를 확인함.
ㅇ고전역학적 방식의 스핀 펌핑과 양자역학적 방식의 스핀 펌핑의 비교
(좌)고전역학적 방식의 스핀 펌핑의 개략도: 자성체 내부 스핀의 세차 운동, 즉 스핀의 크기는 고정되어 있고 방향이 바뀜에 의해 비자성체로 스핀 전류가 생성되는 방식
(우)양자역학적 방식의 스핀 펌핑의 개략도: 자성체 내부 스핀의 크기 변화, 즉 스핀의 방향은 고정되어 있고 크기가 바뀜에 의해 비자성체로 스핀 전류가 생성되는 방식



감사합니다. 과학기술인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고, 동시에 더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이 상은 제 혼자만의 성과라기보다는, 함께 연구해 온 동료들, 열심히 따라와 준 학생들, 그리고 늘 곁에서 응원해 준 가족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세상의 궁금증을 풀어가고, 과학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계속 힘쓰겠습니다.
여름방학은 저에게 밀린 연구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학기 중에는 워낙 바쁘다 보니 논문 쓰는 걸 자꾸 미루게 되는데, 지금은 그걸 차근차근 정리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고요. 또 국내외 학회에 참석해 다른 연구자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방학은 저한테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다음 학기부터 연구년에 들어가거든요. 그동안의 연구년 기간에는 해외에 머물며 바쁘게 연구 활동을 했지만, 이번 연구년 기간은 국내에 있으면서 조금 색다른 연구를 해보려고 해요. 요즘 인공지능(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AI를 제 연구에 어떻게 접목해 볼 수 있을지 공부도 하고, 실제로 적용해 보는 연구도 계획 중입니다.
물성물리학은 말 그대로 물질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예를 들어, 왜 어떤 물질은 전기를 잘 통하고 어떤 물질은 그렇지 않은지, 또 그런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거죠. 저는 그중에서도 물질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들, 특히 전자의 ‘전하’와 ‘스핀’이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전하는 우리가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전기적인 특성이지만, 스핀은 전자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작은 자석이라 직접 보거나 재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스핀 상태를 유추해야 해요. 이번에 저희가 연구한 ‘스핀 펌핑’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핀 전류라는 걸 직접 재긴 어렵지만, 그것 때문에 생기는 전하 전류를 측정해서 스핀 전류가 얼마나 생성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저는 특이한 스핀 구조를 가진 자성 물질에 관심이 많고, 그런 물질을 직접 만들고 그 물리적 성질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해 왔어요. 이런 연구들이 결국은 새로운 물질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미래 기술에도 응용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들은 전류, 그러니까 전자의 이동으로 작동됩니다. 그러나 전자가 이동하다 보면 물질 안에 있는 원자들과 부딪혀서 열이 발생하고, 이는 에너지 효율 저하의 원인이 되죠. 이걸 줄이기 위해 요즘은 ‘스핀 전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스핀 전류는 전자가 직접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스핀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 열이 거의 안 생겨요.
스핀 전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핀 펌핑’인데, 기존의 스핀 펌핑은 자성 물질 내부의 스핀이 마치 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세차운동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즉, 스핀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방향만 계속 바뀌면서, 이때 옆에 있는 비자성 물질에 스핀 전류를 만들어냅니다. 반면에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은 스핀이 팽이처럼 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핀의 방향은 고정된 상태에서 스핀의 크기 자체가 변화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자석의 세기가 갑자기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식으로요. 이건 양자역학적인 특성 때문인데요, 전자의 스핀이 단순히 팽이처럼 연속적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스핀의 뒤집힘, 즉 특정한(위나 아래) 방향만을 가지려는 스핀의 양자역학적인 상태 때문에 생긴다고 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스핀의 각운동량 법칙에 의해 상대적으로 매우 큰 스핀 전류가 만들어집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저희는 스핀의 크기 자체가 변하면서 스핀 전류가 나오는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에 집중했어요. 특히, '철(Fe)-로듐(Rh)'이라는 특별한 자성 박막을 만들어서, 이 물질의 자기적인 상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순간, 그러니까 스핀의 크기가 변하는 순간에 나오는 스핀 전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어요. 놀라운 건, 이 스핀 전류가 기존 방식보다 무려 10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거예요. 게다가 양자역학적 현상은 보통 매우 추운 환경에서만 관측되는데, 저희는 이걸 상온에서 구현해 낸 거죠. 상온에서도 효율 좋은 스핀 전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인 셈입니다. 이 성과는 앞으로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 개발, 나아가 양자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성 메모리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자화 방향을 바꿀 때 비교적 큰 전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력 소모를 높이는 원인이 되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자화 제어 방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2019년)’에 발표했던 ‘층간 자기적 상호작용' 연구를 주요 성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자성 물질 내부의 자기적 상호작용뿐 아니라, 두 자성층 사이에 얇은 비자성층을 넣어도 자기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습니다. 또한, 그 상호작용이 비대칭적인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화 방향이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결국 보다 낮은 전류에서 자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셈이죠. 이는 궁극적으로 저전력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자성 메모리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한국물리학회와 한국자기학회에서 학술이사를 맡았었어요. 학술이사는 학회의 연구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학술이사로서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짜고, 어떤 분을 연사로 모실지 정하는 등 학문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참여했죠. 덕분에 학계의 학술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서로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현재는 국제적인 학술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AUMS(아시아 자기학회 연합)’에서 총무를 맡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기학 학회들을 대표하며 국제적인 학술대회를 조율하고, 효율적인 협력 연구 방향을 찾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IUPAP(국제 순수 응용 물리학 연맹)'의 C9(자성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며 세계 물리학계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IUPAP은 전 세계 물리학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런 활동들은 저 개인의 연구를 넘어서, 학문 분야 전체가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정말 큰 보람입니다.
기초연구는 답이 없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박사 과정 초기에 실험 결과가 계속 실패했던 때예요. 누구도 만들어 보지 못한 고순도의 단결정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마치 레시피가 없는 요리를 처음 시도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고난과 실패의 연속이었죠. 특히, 만들어야 하는 물질이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어 밀폐된 글로브 박스 안에서 모든 작업을 해야 했던 점이 힘들었지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저를 믿어주는 지도 교수님과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실패한 실험에서 작은 단서를 찾아내 재도전했습니다. 끈기 있는 노력 덕분에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너무 뻔한 말이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자이자 교수라는 두 역할은 곧잘 충돌합니다. 과거 학회에서 발표하는 학생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곤란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연구자로서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잘못된 교수였던 거죠.
-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호기심과 끈기를 강조합니다. 과학은 궁금한 걸 파고드는 과정이니까요.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연구는 한 번에 성공하지 않아요.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죠. 더불어, 동료들과 서로 도우며 배우는 태도도 강조합니다. 함께 고민하면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거든요.
저는 ‘가만히 있는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행운이 찾아오는 법은 절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회가 존재하지만, 준비된 자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삶이 고달프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행운은 없다고 생각해요.
경쟁력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신 연구 논문을 읽거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왜, 이 연구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잊지 않는 거예요. 단순히 논문을 쓰고 발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답을 찾으려는 마음이 연구를 더 의미 있게 만듭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학생들이 오랜 노력 끝에 예상치 못한 실험 결과를 얻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그때의 짜릿함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그리고 제 학생들이 학문적으로 크게 도약하는 순간을 목격할 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면서 본인의 연구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졸업한 제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구나 싶네요.
저는 현상을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는 기초 연구야말로 진정한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구하는 자성 현상이나 스핀의 양자적 특성에 대한 이해는 당장 제품을 만드는 데 직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근원적인 지식들이 축적되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기술의 씨앗이 되고, 결국에는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연구가 그저 학문적인 만족에만 머무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제가 얻은 새로운 지식과 원리들이 언젠가는 저전력 반도체, 혁신적인 메모리, 혹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로 발전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꿨던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다른 직업에 관심이 있었고, 심지어는 교육 과정에서 물리학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답니다. 우연한 계기로 물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대학에서 물리학을 배우기 시작하니까,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원리로 설명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물리학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죠.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조언은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입니다. 어떤 분야든, ‘왜 그럴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 있는 지식 외에도 주변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