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수상자 상세정보

김범준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

스핀 네마틱 상 세계 최초 발견

공적 요약

이리듐산화물(Sr2IrO4)로 이루어진 양자 물질에서 세계 최초로 스핀** 네마틱 상을 관측하여 양자컴퓨팅과 초전도체 등 미래 혁신기술의 경쟁력을 제고

구체적 내용

물질은 대부분 고체, 액체, 기체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하지만 휴대폰 화면 등에 쓰이는 액정(液晶)과 같이 액체와 고체 성질을 동시에 갖는 ‘네마틱’ 상도 존재한다. 양자역학적인 스핀 네마틱 상의 존재는 반세기 전에 이론적으로 예측되었지만, 최근까지도 실험을 통한 관측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자 단위의 작은 자성을 가진 스핀은 네마틱 상이 되면 자성이 사라져 기존의 기술과 장비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범준 교수는 세계에서 3번째로 고분해능 X-선 산란 분광기(RIXS)*를 개발하고, 포항가속기연구소 내에 구축하여 연구를 수행, 핀 양자물질이자 고온초전도체 후보물질인 이리듐 산화물에 X선을 조사하며 양자 스핀 네마틱 상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관찰하였다. 또한 이리듐 산화물에서 스핀의 공간적 구조를 완전히 해독하였으며, 여러 개의 스핀 사이에 양자 얽힘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지금까지 고온초전도 현상은 스핀 액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핀 네마틱 상에도 양자 얽힘이 존재함을 확인함으로써 이리듐 산화물에서 고온초전도 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주요경력
2016.12 ~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017.06 ~ 2023.12 기초과학연구원 부연구단장
2013.07 ~ 2016.11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그룹리더
2010.09 ~ 2013.07 미국 아르곤연구소 연구원(Assitant physicist)
2008.04 ~ 2010.01 미국 미시간 주립대 박사후연구원
2006.10 ~ 2008.03 일본 동경대학교 초빙연구원
주요학력
1995.03 ~ 1999.02 KAIST 물리학과 학사
1999.03 ~ 2001.02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석사
2001.02 ~ 2005.08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박사

물리학은 물질과 그것의 시공간에서의 운동,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에너지나 힘 등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12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주인공 김범준 교수는 물리학의 도구 중 빛을 이용해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고체분광학자입니다. 그는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체 현상의 비밀을 풀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고온초전도체 합성을 목표로 시료 합성에서부터 분광기 제작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깊이를 더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자 스핀의 마네틱 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스핀 마네틱의 양자역학적인 성질은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터나 양자 기술 등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후속 연구들이 더 기대되는데요. 오늘도 연구할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천상연구자 김범준 교수를 만났습니다.

12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큰 상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쁨을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연구실 연구원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 연구를 도와주신 모든 공동 연구자 분들,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해 주신 재단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12월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을 전해주세요.

저는 이번 학기 연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재충전의 시간도 갖고, 또 세계의 연구 동향을 파악하면서 앞으로 장기적인 연구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리에 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여러 연구자와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고, 내년 1월에는 중국 북경대의 물리학과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물리학 중에서도 분광학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분광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연구들을 진행해오셨는지 소개해주세요.

분광학은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저는 주로 빛(가시광선 이나 X-선)을 이용하여 물질 안에 전자 스핀들이 어떠한 규칙성을 가지고 공간적으로 배열이 되어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배열이 외부자극에 의해서 어떠한 양상으로 흐트러지는지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스핀들이 집단적으로 만드는 요동은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단서가 될 뿐만 아니라 고온 초전도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정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시료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분광기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시료 합성에서부터 자체 제작한 분광기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고온 초전도체를 합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광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만 해도 X-선을 이용하여 스핀의 동역학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방사광을 이용한 실험 장치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새로운 실험들이 가능해졌고, 2010년도 경부터 X-선으로 스핀의 움직임을 보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상하였습니다. 마침 제가 연구하던 이리듐 화합물이 이러한 실험을 하기에 용이하여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양자 물질에서 스핀 네마틱 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여 많은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본격적인 연구이야기에 앞서 ‘양자 물질’과 ‘스핀 네마틱 상’이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물질의 자기적 성질은 전자의 스핀에 기인합니다. 거시적인 자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자 스핀의 공간적 배열 구조와 스핀-스핀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본질적으로 양자역학적인 현상이지만 때로는 고전적인 모델로 잘 설명되는 물질도 있고 현존하는 이론으로 잘 이해되지 물질도 있습니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기적 특성의 발견은 학문적으로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어서 중요합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에 쓰이는 액정은 고체와 액체 성질 두 가지를 모두 가지는데, 이를 ‘네마틱 상’이라고 부릅니다. 스핀도 고체 상태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스핀에도 네마틱 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이론이 반세기 전부터 있었습니다. 스핀 액체는 양자 얽힘에 의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 때문에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스핀 네마틱 상이 어떠한 새로운 물성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서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네마틱 상의 예로 ‘액정’을 설명하셨는데요. 액정과 스핀 네마틱 상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액정과 스핀 네마틱 상은 둘 다 고체와 액체 중간 쯤에 위치한 것이 비슷합니다. 다만 액정은 고전역학적인 현상인데 반해 스핀 네마틱 상은 고전역학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양자역학적인 상태라는 점이 다릅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적인 성질은 양자 얽힘 등 현재 양자 컴퓨터나 양자 기술 등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네마틱 상 관측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네마틱 상을 목표로 연구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리듐 화합물의 스핀 구조를 오랜 기간 들여다보니, 기존에 알려진 반강자성 질서 외에 모종의 새로운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석에 남극과 북극이 있듯이, 자성을 띠는 성질은 대개 쌍극자 형태의 질서가 있는데, 거기에 더해 극이 네 개가 있는 사극자를 관측할 수 있었고, 이 형태가 네마틱의 전형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마틱 상 관측을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 기법을 총동원하여 네마틱 상을 철저히 검증하는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전문으로 하는 공명X-선산란 실험과 라만 산란 실험도 이전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또한, 서울대 장준호 교수님 연구실과 협업하여 광학 커-효과(Kerr effect) 측정도 수행하였고,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과도 공동 연구도 필요했습니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한 추가적인 실험데이터를 요구했는데, 실험 시간을 배정 받는 데만 반년 이상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일이 빨리 진행되지 못해서 애가 탔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존의 연구들과 비교해 이번 연구의 학문적/기술적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X-선/중성자 산란을 이용해서 스핀 액체를 찾으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핀이 액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스핀 액체가 흥미로운 이유는 스핀들 간에 양자 얽힘 상태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물성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스핀 네마틱 상은 스핀 액체와 일부 흥미로운 성질을 공유하면서도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의 차이입니다.

네마틱 상 관측 외에도 탁월한 연구 업적이 많으십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연구는 주로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오는 강한 X-선을 이용하여 스핀의 정적/동적 구조를 보는 일입니다. 국내에는 관련 기반 인프라가 부족해서 해외 출장을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특히,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실험을 위해 미국 시카고 인근에 아르곤 연구소와 프랑스 그레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European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를 수도 없이 다녔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은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주력한 부분은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도 관련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만 공개된 이용자 시설인 만큼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립니다.

포항공대에서 고체분광학 그룹을 이끌고 계십니다. 평소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자연과학에서 위대한 발견은 계획된 연구에서 나오는 경우보다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연구 자체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 신가요? 또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해오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매일매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도 연구할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원동력이라고 할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즐겁게 연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경험과 고비는 없으셨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비단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가 답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몇 년의 시간과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였음에도 결론이 안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연구비를 받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오랜 기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를 잘 극복했다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고민한 결과 다행히 우연찮은 실마리를 찾아 문제가 해결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리듐 산화물계 고온 초전도체를 찾는 일을 십년 넘게 해왔습니다. 기존의 합성 방법으로는 시료를 충분한 고순도로 만들기 쉽지 않아서 새로운 성장 기법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최근에 고순도 단결정이 합성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리듐 산화물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온다면 고온 초전도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교수님은 언제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우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리적인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과학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과학자에게 분석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함입니다.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공부 외에도 자기 관리에 신경 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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