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중 교수는 뇌를 구성하는 신경교세포*에 의한 정서 및 사회성 행동 조절의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뇌과학 연구 발전에 기여
전전두엽 신경교세포에 의한 사회성 조절 기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회성이 요구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시도하는 사회적 행위는 개인 또는 가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뇌 전전두엽의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인 성상교세포 활동성 정도에 따라 생쥐 우월행동(dominance behavior)의 크기와 양상이 조절되며, 이에 따라 생쥐의 사회적 서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현대 사회에서 경쟁에 승리하는 사람들의 뇌 기능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시사하며, 또한 경쟁심과 같은 사회성이 신경교세포에 의해 어떻게 뇌에서 조절되는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해마 신경교세포에 의한 불안 행동 조절 기전
불안장애는 전 세계 성인의 약 30% 이상이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질환이자 정신질환 중 가장 높은 비율의 발병률을 보이는 질병으로 치료가 매우 시급한 정신질환이다. 연구팀은 불안한 환경에서 뇌 해마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인 성상교세포 활성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성상교세포 활성이 항불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마우스 동물실험을 통해 밝혔다. 이 성과는 그동안 신경세포 관점에서만 연구되던 기존의 불안증 연구에서 벗어나 뇌의 또 다른 세포인 신경교세포가 불안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힘으로써 불안장애 발병 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향후 신경교세포를 대상으로 한 불안장애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는 신경계(nervous system)와 면역계(immune system)의 밀접한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됩니다. 특히 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는 신경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신경계 생리기능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신경계 내 면역/염증반응을 조절합니다. 신경교세포는 우리의 뇌에서 신경세포보다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최근까지 뇌 기능의 보조역할을 하는 조연으로 취급받아 그 기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경과학자인 이성중 교수는 지난 20년간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밝히는 데 집중하였고, 그 결과 신경교세포가 신경염증뿐만 아니라 ‘정서’나 ‘사회성’과 같은 고위뇌기능 조절에도 관여함을 증명하였습니다. 연구의 깊이가 깊어지자 자연스럽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행운’이 찾아왔다며 환하게 웃는 이성중 교수를 여름과 가을 사이 새로운 결실의 기대로 충만한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뜻밖에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최근 저희 연구실에서 발표한 신경교세포 연구결과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 좋지 않은 연구환경에서 묵묵히 연구를 수행해 준 실험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름 방학에는 후속 연구 결과들을 모아 몇 편의 논문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연구들을 마무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을에는 국내외 학회들이 많이 개최됩니다. 학회에 참석해서 새로운 학문적 발견을 접하는 것이 과학자로서 큰 즐거움입니다.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고 학회 참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신경세포 외에 다른 세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경세포’ 외에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신경교세포’라고 총칭합니다. 여기에서‘교(膠)’자는 아교와 같은 접착제를 의미합니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 신경세포 사이에서 세포들을 접착제처럼 붙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해서 ‘신경교세포’라고 이름붙인 것이죠. 최근 들어서야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뇌기능 조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편 신경세포는 뇌 속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켜서 전달하는 반면에, ‘신경교세포’는 전기신호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개인적인 성향과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남들이 다 관심 있어 하는 신경세포보다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신경교세포’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제 성격이 남들을 쫒아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간 ‘신경교세포’는 단순히 신경세포를 도와주는 보조세포로만 여겨졌습니다. 보조 역할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신경교세포’가 뇌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중요한 기능이 있을 것으로 믿고, 뇌 속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연구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연구할 때, 더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경염증’과 관련한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여타 장기와 마찬가지로 뇌에서도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그 결과 다양한 뇌질환이 생깁니다. 이때 신경교세포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신경염증 질환 중의 하나가 ‘신경병성 통증’인데, 제가 치과대학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신경병성 통증’에 관심이 갔습니다. ‘신경교세포’가 신경염증의 발생을 통해 ‘신경병성 통증’을 일으키는 분자기전을 규명하여 수년 전 학계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아주 흥미롭게도 신경교세포가 신경염증 뿐만 아니라 ‘정서’나 ‘사회성’과 같은 고위뇌기능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후로는 이러한 고위뇌기능 조절자로서 신경교세포의 기능과 그 작동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경염증 등 뇌질환 과정에서 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기존에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이렇게 활성화된 신경교세포에 의해서 뇌질환 발생이 조절된다는 사실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질환이 아닌 일상적인 뇌기능 가운데 신경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그간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남들이 안 한 것들에 오히려 관심이 많아서 자연히 신경교세포의 생리적 뇌기능을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생리적인 뇌기능에 신경교세포가 관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신경교세포의 활성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생쥐(GFAP-GCaMP6)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생쥐를 뇌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여러 환경에 노출시킨 후 신경교세포의 활성화를 실시간 측정한 결과, 생쥐가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뇌의 해마 영역의 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이와 유사하게, 생쥐가 다른 생쥐와 경쟁적으로 싸울 때 뇌의 전전두엽에 있는 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후, 최신 신경과학 방법론인 광유전학(빛 자극을 이용해서 신경세포의 전기활성을 조절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살아있는 생쥐의 뇌 속에 신경교세포의 활성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한 후 생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그 결과, 해마 신경교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높일 경우에는 생쥐가 불안한 환경에서도 불안을 극복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전전두엽 신경교세포의 활성을 높였을 경우에는 생쥐가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생화학적 및 전기생리학적 연구를 통해서 해마 신경교세포와 전전두엽 신경교세포가 불안행동의 극복과 경쟁심을 고취시키는 기전을 각기 규명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뇌의 특정 영역의 신경교세포가 ‘불안’이나 경쟁심과 같은 ‘사회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히고, 나아가 그 조절 기전을 규명 하였습니다. 그간 신경세포 관점에서만 이해되던 ‘경쟁심’과 같은 고위뇌기능이 뇌의 신경교세포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함으로써, 사회성 뇌기능 연구의 새장을 열었습니다. 또한 근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성 장애’ 등 고위뇌기능 이상을 신경교세포 관점에서 새로이 조망하는 사회성 뇌과학의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향후 신경교세포를 표적으로 이러한 ‘불안’이나 ‘사회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개인연구자라면 공감하시겠지만, 한 주제로 다년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연구비를 수주하는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는 신약이나 산업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응용기술이 아니라, 순전히‘호기심’에서 출발한 기초연구 였기에 더욱 연구비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뇌과학이 기초과학 영역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학문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뇌작동 원리가‘인체의 마지막 신비’이기도 하고요. 일례로 뇌과학에 광유전학이란 기술이 도입되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서 모든 뇌과학 연구에 광유전학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AI가 모든 산업에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이처럼 한 분야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개발되기를 바랍니다.
연구자가 중요한 발견을 하는 데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뜻하지 않게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신경교세포 연구를 꾸준히 하다보니 뜻밖에 사회성이나 정서와 같은 고위뇌기능에서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새로이 발견하는 성과로 연결되었습니다. 따라서 굳이 저의 연구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신경교세포 연구’라는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한 것이 저의 경쟁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꾸준히 한 분야를 파다보면 어느 순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흔히 연구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호기심을 갖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토론할 때면 늘 ‘본인이 현재 가진 질문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그 질문이 의미가 있는지 또 유효한지를 학생들과 토론하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구체적인 연구 가설을 확립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을 보곤 합니다.
연구자로서는 제가 수행한 연구가 학계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 즉 논문이 accept 된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또한 저의 연구가 학계를 떠나서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니,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게 된 지금이 연구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연구자가 아닌 교육자의 입장으로서는 제가 배출한 학생이 사회에서 어엿한 과학자로 자리를 잡는 모습에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뇌조직은 전전두엽에서 신경교세포 수가 정상인 보다 훨씬 감소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뇌의 교세포의 수나 활성 정도가 우울증 발생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임상적 결과인데요. 아직까지 왜 신경교세포가 우울증 발생에 기여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질환이라는 우울증은 모든 연령에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뇌의 신경교세포가 어떻게 우울증 발병에 기여하는지를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 보고 싶습니다.
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남학생들의 꿈 1순위가 늘 ‘과학자’였던 때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늘 과학자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꿈꾸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래 과학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당부나 조언으로는 너무 흔한 말이어서 진부할 수 있지만, 무엇이든지 쉽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 붙들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남들이 가보지 못한 것 또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고 발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