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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미세플라스틱의 전 지구적 순환과 북극의 역할 규명

공적 요약

해양미세플라스틱 교란효과 예측 및 문제해결을 위해 육상-연안-대양-극지방을 아우르는 지구적 규모의 플라스틱 순환·이동·축적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북극해양이 미세플라스틱의 중요한 축적지임을 정량적으로 규명

구체적 내용

전 지구적 규모에서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인벤토리 및 물질수지에서 현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진은 국내 쇄빙선(아라온호)을 이용한 서북극해 탐사를 진행하였다. 여름철에 녹지 않고 남아있는 바다얼음이 물리적 장벽으로 작용하여 바다얼음 후퇴선 근처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 식물플랑크톤과 응집체를 구성하여 해저로의 침강·퇴적이 강화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서북극해(바다얼음, 해수, 해저퇴적물)에 잔류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현존량이 21만 톤이며 그 대부분이 1930년대 이후에 쌓인 해저 퇴적물층에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북극해 미세플라스틱 물질수지와 인벤토리 개선에 기여하였다.
서북극해 퇴적물 주상시료 분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퇴적율이 연간 3%의 증가율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음을 밝혀 북극해로의 미세플라스틱 유입의 지속적 증가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제시하였고, 북극해로의 이동 지연시간을 고려할 때 미래에 더 오염될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서북극해 현존량으로부터 전 세계 해양으로 외삽된 양(1.3억 톤)이 top-down방식으로 추정한 전 세계 해양미세플라스틱 현존량(0.8억 톤)보다 커서 현재의 서북극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전체 해양 평균오염도보다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 북극해가 더 이상 청정지역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축적지역이 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이 결과들은‘플라스틱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체결’등 국제적 노력이 왜 지금 당장 필요한지를 밝힌 것에 큰 의의가 있고 시의성이 있다.

주요경력
2012.03 ~ 현재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조교수/부교수/정교수
2022.06 ~ 현재 해양수산부 ‘한국-북극 협력네트워크(KoNAC) 북극해양환경보호(PAME) 워킹그룹 전문가 자문위원
2017.10 ~ 2023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 미세플라스틱 관련 스터디 그룹(2017~2018) 및 워킹그룹(2018~2023) 위원
2015.05 ~ 현재 한국해양학회지 편집위원
2013.05 ~ 2019.04 해양수산부 해양이용 영향검토 자문위원
주요학력
1989.03 ~ 1994.02 서울대학교 해양학 이학사
1997.03 ~ 1999.02 서울대학교 환경화학 도시계획학 석사
2000.03 ~ 2004.02 서울대학교 환경화학 공학박사

6월 5일은 세계환경의 날입니다. 6월의 과학기술인상 주인공 김승규 교수는 아라온호를 타고 직접 북극해를 탐사하고, 연구실에서는 시료 속 물질에 담긴 정보들을 오랜 시간 해석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전 지구적 순환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플라스틱은 온실기체 배출, 해양용존산소 감소 등 지구시스템의 모든 영역에서 교란을 야기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쌓이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편리와 효율의 이름으로 일회용품 사용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승규 교수는 지난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결의한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마지막 정부 간 협상회의가 올해 연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앞으로 사회 전반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환경 보존과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부, 산업계, 연구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성숙함을 당부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세계환경의 날을 앞두고 6월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전체 학문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해양환경 분야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해양미세플라스틱 연구는 복잡한 실험장비를 연구선에 싣고 전 세계 바다로 나가 시료를 채취하고, 채취한 시료를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분석해‘실제 환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지’해양/물리/ 화학/생물/지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해석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혼자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힘든 과정을 함께 해온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원들, 그리고 협력연구를 수행해 온 극지연구소 동료 연구원들의 헌신과 노력, 조언과 토론이 있었기에 중요한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연구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해 환경오염 물질의 분포와 대기·토양·해양 등 다양한 환경매체 사이의 거동연구를 통해 지구환경 미래를 예측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 주제를 소개해주세요.

지구적 차원의 해양미세플라스틱 교란효과 예측 및 문제해결을 위해 육상-연안-대양-극지방에 이르는 해역에서 미세플라스틱 현존량을 측정하고, 이동·확산 기작 규명, 미세플라스틱에 의해 야기되는 해양시스템 변화 관측·예측 등 다학제 간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은 단순 오염물질이 아닙니다. 온실기체 배출, 물질순환 교란, 해양용존산소 감소, 종 조성 및 군집변화 등 작금의 기후변화 문제가 보여주는 지구시스템의 모든 영역에서 교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연구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구적 차원의 시스템 교란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서는‘어떤 플라스틱 물질들이, 어떤 형태의 어떤 크기로, 얼마나 배출되어, 지구의 어디에,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와 같은 플라스틱의 인벤토리와 물질수지에 대한 이해와 규명이 필수입니다. 많은 연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학부에서 해양학을 전공하고 환경대학원에 진학, 지금은 해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에 몰입하셨습니다. 연구자가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학부 때는 해양학의 깊이와 묘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여, 환경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레이첼 카슨 박사의 <침묵의 봄>이 출판된 1960년대에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늦은 1990년대 중반 소각장 다이옥신 배출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였는데요. 당시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님이 ‘환경오염물질의 다중 환경매체 (대기·토양·해양) 사이의 이동·확산·분배 과정’의 이론 연구와 ‘환경동태 모델링’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셨습니다. 대학원에서 오염물질의 지구환경 매체들 사이의 이동확산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2012년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학부 및 석/박사 때 배운 지식을 융합하여 ‘해양에서 중요한 미래 환경이슈’로써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지구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해양의 역할을 더 잘 이해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최근까지 불확실하게 추정됐던 해양미세플라스틱의 현존량을 새로운 연구방법을 통해 확인하셨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미세플라스틱은 지구시스템 전 영역에서 교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교란의 영향은 플라스틱의 종류(크기, 형태)와 양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현재까지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들 중 어떤 형태와 크기의 플라스틱이 어디에 얼마나 축적되었는지 불확실합니다. 특히, 전 세계 해양 표층수에 떠있는 플라스틱 양(수 만 ~ 수 십만 톤)이 지금까지 70여 년간 해양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양(수 억 톤)보다 수 천 ~ 수 만 배 적게 관측되어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가 큰 의문이었습니다. 따라서, 해양을 수평적으로 연안, 대양, 극지방으로 나누고 수직적으로 표층, 중층, 심해, 해저면으로 나눌 때 해양의 어디에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축적되는지를 찾는 것은 문제해결의 중요한 시발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물질수지 계산에서 누락됐던 해양미세플라스틱 상당량이 청정지역으로 알려졌던 북극해에 축적되어 있었음을 밝혔습니다. 주요 내용도 소개해 주세요.

연구결과 서북극해 미세플라스틱은 여름철 바다얼음 후퇴선 근처에 주로 축적될 뿐만 아니라 심해로의 침강 및 해저면으로의 퇴적도 강화되었습니다. 해저면 해양퇴적물층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매년 3% 속도로 증가하여 서북극해로의 미세플라스틱 유입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과 비례하여 증가함도 밝혔습니다. 또한 서북극해 계절 해빙지역에 현존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21만 톤(갯수로 16경 개)이며 그것의 90%(중량기준)는 1930년대 이후 해저에 퇴적된 해양퇴적물층에 있었습니다. 물질수지식을 이용한 top-down 접급법을 통해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양은 2.7억 톤이고 이 중 미세플라스틱 양은 0.8억 톤’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서북극해 현존량으로부터 전 세계 해양으로 유입된 양(1.3억 톤)이 top-down 방식으로 추정한 전 세계 해양미세플라스틱 현존량(0.8억 톤)보다 커서 현재의 서북극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전체 해양 평균 오염도보다 높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연구결과는 국내 미세플라스틱 연구 최초로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2023년 7월 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시사점이 높은 것 같습니다.

북극해는 대륙으로 둘러싸인 반폐쇄성 해양으로 전 세계 바다의 4.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해류순환, 바다얼음, 대기순환 등을 통해 지구시스템 안정성 유지에 기여합니다. 전 세계 해양의 해류는 표층해류와 심층해류가 하나의 고리(Global Conveyer Belt)로 연결되어 흐르는데, 북극해는 표층해류의 최종 도착지이자 심층해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북극해는 바다얼음(Sea ice)으로 덮여있는데 여름철에 일부가 녹고 겨울철에 다시 어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해빙후퇴선이 북극 쪽으로 계속 후퇴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 따르면, 북극으로의 미세플라스틱 유입의 지속적인 증가와 바다얼음 경계선의 지속적인 후퇴가 결합되어 미세플라스틱 축적지역이 더 북쪽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북극해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됨으로서 바다얼음의 해빙과 결빙 그리고 북극해 지구물리학적 시스템과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의 탐사영역인데 이번 연구결과는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정량적 기초자료와 축적 메커니즘을 제시한데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연구 내용은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같은 국내외 노력이 북극해 환경보존을 위해 왜 지금 당장 필요한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 해양미세플라스틱 연구와의 차별점 및 성취는 무엇인가요?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을 단순한 오염물질로 취급하고 오염도와 분포를 밝히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해수 1 L당 미세플라스틱 몇 개’처럼 입자성물질인 미세플라스틱의 개수 단위 오염도로 자료를 보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계속 쪼개져서 더 작은 알갱이로 변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갯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수 단위 오염도 자료는 어디에 얼마나 있느냐와 같은 물질수지나 인벤토리를 평가할 때 불확실성이 큽니다. 저희 연구팀은 모든 조사대상 매체에 동일한 크기범위(0.02-5 mm)를 적용하여 개수 단위 자료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개별입자의 형태와 크기 정보로부터 개별입자의 무게로 환산하는 방법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중량단위로도 산출하였습니다.
또한 전체 지구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은 그 자체적으로 물리적, 화학적, (미)생물학적, 지질학적 기작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권 및 대기권과 연계되어 지구시스템을 조절합니다.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동·확산·분포·축적에 영향을 주는 해양의 복잡한 기작들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팀의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수준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서 ‘바다얼음, 북극해 해류, 식물플랑크톤’ 등의 분포, 해양입자 퇴적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왜 북극해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을 밝혔다는데 큰 차별성이 있습니다.

아라온호를 이용한 탐사를 통해 세계 해양플라스틱 물질 수지 및 인벤토리 추정 및 평가 등을 하셨는데요. 연구 과정과 방법이 궁금합니다.

서북극해 미세플라스틱 축적기작 규명을 위해 2016년부터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탐사했습니다. 이후 수년에 걸쳐 서북극해의 바다얼음, 해수, 해저퇴적물 등의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바다얼음의 존재가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주변에 축적하고 더 나아가 심해로의 침강을 강화하는지를 밝힌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여름철 바다얼음이 녹아 해빙된 남쪽 해역과 녹지 않고 남아있는 북쪽 해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해수와 표층퇴적물에 잔류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비교하였습니다. 둘째, 표층해수에 떠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침강 및 퇴적물로의 퇴적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해수의 식물플랑크톤 생물량 지표인 클로로필을 분석하여 두 인자(해수 클로로필 함량과 표층퇴적물 미세플라스틱 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습니다. 셋째 해양퇴적물 주상시료(sediment core)를 채취하여 납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퇴적층별 연대를 추정하고 각 층에 있는 미세플라스틱 함량을 분석하여 연대별 미세플라스틱 매몰률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배를 타고 장기간 현장에 체류하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으셨지요?

아라온호에 승선하면 통신이 두절된 상태로 한 달 이상 망망대해에서 생활하며 서북극해를 탐사합니다. 하지만 2016년 첫 북극해 탐사에서 마주한 바다얼음으로 덮인 북극해의 장엄함과 경이로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17년에는 바다 한가운데 조그맣게 떠있던 바다얼음 덩어리 위에서 휴식하고 있던 북극곰 가족을 보고 동료 연구원들과 환호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아라온호가 북극 바다얼음 위에 정박한 후 바다얼음 위에 내려 시료를 채취했던 기억도 강렬합니다.

아라온호는 1년에 한 번 탐사가 가능하고 하루 항해 운영비가 수 천만 원 소요되기 때문에 북극해에서 원하는 시료를 정해진 시간 내에서 제대로 채취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풍랑이 치거나 바다 얼음 조각이 많아지면 위험해서 모든 조사를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1년 계획이 허사가 되기도 합니다. 원하는 시료를 제대로 채취하는 것 자체가 큰 운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매일 기상상황을 체크하며 노심초사했던 것이 육체적/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2017년에는 한 달간 북극해탐사 후 귀국 길에 어금니가 빠진 적도 있습니다.

6월 5일은 세계환경의 날입니다. 플라스틱은 전 지구적인 환경 현안인데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정책적인 대응, 또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2022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체결하기로 결의하고 정부 간 협상회의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제5차 정부 간 협상회의가 올 연말 우리나라에서 개최됩니다. 국제협약이 체결되면 플라스틱 생산, 사용, 배출, 처리, 수거 및 복원 등과 관련하여 산업 및 생활, 에너지 구조 등 사회전반의 변화가 예상되고 그에 따른 정책변화와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연구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삶 속에서 불편하더라도 개개인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성숙함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학과에서 매년 해양실습으로 인천연안을 방문합니다. 저는 학생들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연안정화활동과 수거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는 교육활동을 병행합니다. 대부분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그 자체가 탄소덩어리 입니다. 플라스틱 생산, 사용,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기체가 배출되기 때문에 플라스틱문제는 기후변화문제와 직결됩니다.‘RE100’처럼 앞으로는 생산되는 상품에 재활용플라스틱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팔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환경문제는 도덕적/양심적 문제만이 아니라 먹고사는 것과 직결된 경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정책이 아닌 거시적 안목으로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정책수립 및 실행이 중요합니다.

연구자여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우리 연구실에서 실험·분석한 자료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와 온통 숫자로만 구성된 자료들이 저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낼 때 행복합니다. 실험실에서 잘 디자인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수많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벌어지는 일을 시료분석과 자료해석만을 통해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분석결과가 정확하면 학생 및 연구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피부로 더 크게 느껴집니다. 또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듯 숫자 속에서 헤매다가 염주 엮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면 큰 희열을 느낍니다.

반면 이 과정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큰 인내심이 필요한데, 성과를 독촉하는 문화가 남아있어 보다 깊이 있는 자료해석을 중단하고 논문을 써야할 때가 힘들었습니다. 또, 애써 채취한 시료들이 공간이나 시설 등의 문제로 잘못 보관되어 손상될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 연구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의 자세는 무엇인가요?

대학원 생활은 지도교수 연구실의 큰 연구주제 혹은 연구방향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동료 선후배들과 한 공간에서 실험장비와 연구방법론을 공유하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개인별 연구주제도 있지만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나 과제들 또한 많습니다. 때문에, 관계에서나 연구수행에 있어서 서로가 민폐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고자하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갖추고, 상호 간에 활발히 토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데 필요한 귀중한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류나 주변 분위기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 재미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탄탄한 논리를 만들고 단계별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진행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자로서 도전하고, 해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해양 플라스틱 및 미세플라스틱의 전 지구적 규모의 물질수지와 인벤토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첫 번째 연구목표이고, 이것을 토대로 지구환경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융복합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한 예로, 해양에서의 생물학적탄소펌프(biological carbon pump)에 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관여하여 해양의 영양염이나 탄소와 같은 물질의 생지화학적 순환을 어느 정도로 교란시키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교수님은 과학자의 꿈을 어떻게 키우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산골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산 속의 온갖 식물과 동물을 보며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학교에 진학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도 정작 그 꿈이 희미해져갔습니다. 그러나, 매 선택의 순간에는 항상‘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는지’를 자문했습니다. 그 때마다 어릴 적 가졌던 과학자로써의 꿈이 여전히 유효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길을 한 단계씩 밟아왔습니다. 생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환경화학자로 바뀌었지만 제가 생각해 온 길을 걸어왔던 것은 저한테는 큰 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래 과학자의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는 전하는 조언은 제 좌우명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우보호시(牛步虎視) 호랑이처럼 날카롭고 예리한 눈초리로 사냥감을 주시하고, 행동은 소처럼 우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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