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고굴절 소재와 나노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초박막 메타렌즈의 대량 생산에 성공해 초소형 광학기기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
메타렌즈(메타표면)는 나노미터 수준의 두께를 가져 경량화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이미징 등 성능도 기존 광학계에 비해 월등하다. 나노구조체로 이루어진 특성상 메타렌즈 공정을 위해서는 고해상도 패터닝 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해상도 패터닝 기술은 공정 속도가 매우 느리고 공정 비용이 비싸 연구용의 작은 스케일의 메타렌즈 공정만 구현되었다. 이번 기술은 반도체에서 사용되는 포토리소그래피와 웨이퍼 스케일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를 사용하여 메타렌즈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임프린트 레진의 굴절률이 1.5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임프린트 레진으로 패터닝된 메타렌즈는 효율이 최대 15% 정도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대량생산 공정법으로 패터닝을 진행하더라도 기존의 물질로는 효율이 높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번 기술은 얇은 고굴절률 막을 증착함으로써 효율을 90%까지 올리는 하이브리드 소재를 개발하였다. 이렇게 대량 생산된 고효율의 메타렌즈는 VR/AR 기기를 얇고 가볍게, 그리고 더 좋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으며, 자외선 영역 메타렌즈의 경우 나노미터 수준까지 고해상도로 이미징이 가능해 굴절 광학계를 대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광학계에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SF 영화에서 등장하는 먼 미래 기술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는 투명 망토를 입고 기숙사를 돌아다니곤 했는데요. 이런 투명 망토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메타물질과 관련이 깊습니다. 빛이 반사되고 굴절되는 특성과 관련된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투명 망토는 물론 초고분해능 현미경, 레이더를 피하는 스텔스 전투기 등의 첨단 미래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분야가 바로 메타렌즈입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인 노준석 포항공과대학 교수는 메타물질과 나노광학, 인공지능 기반 나노구조 설계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름방이 시작된 캠퍼스에서 노준석 교수를 만났습니다.
2019년 젊은과학자상 이후에 또 한 번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월 수상하시는 교수님, 박사님들의 성과를 보면 정말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결과로 가득하기에 어떤 상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학에는 아무래도 해외 출장이 많습니다. 최근 새롭게 신설된 STEAM 글로벌 사업의 선기획 연구를 하고 있어 해외 파트너의 기관을 방문하고, 연구 사업의 목적, 하고자 하는 연구 소개, 연구진 참여로의 설득 등을 수행하느라 바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메타물질은 특정한 모양을 가지는 인공원자(메타원자)를 나노미터 수준의 영역에서 가공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메타원자들의 배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제작된 구조물입니다. 광학 분야에서는 투명 망토가 가장 유명한 사례이고, 빛의 굴절을 극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음의 굴절, 초고굴절율·초저굴절율 구현 등이 있고, 이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를 조절하는 연구까지도 가능합니다. 이런 것이 영화나 만화에서 꿈꾸던 과학이라면, 최근에는 이를 조금 더 실용적인 공학 분야의 연구로 확장해 초고해상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초고해상도 컬러 픽셀을 가지는 디스플레이, 기존의 렌즈와 달라 두께가 거의 없는 초박막 렌즈(메타렌즈), 위조방지 암호화 패턴 기술 등 사회 전반의 산업으로 확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리노이대학 석사 재학 시절 투명 망토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 뉴스를 보고 투명 망토에 꽂혀 해당 뉴스에 나온 연구자인 UC Berkeley의 Xiang Zhang 교수님을 찾아가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고 하여 여러 과제를 통과한 후에야 허락을 받고, 메타물질 연구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메타물질 연구는 물리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기에 이론적인 제안이나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현실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에 기계공학 전공자인 저는 최적의 설계 기법 및 다양한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제작하고 현실화하는 부분에서 큰 강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금이라는 물질과 빛과의 상호작용으로 반사가 된 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금덩어리를 수 나노미터~수십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게 잘라 놓으면 빛은 이것이 금인지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작은 크기에서 나오는 현상이 발현되고, 금에서 빨주노초파남보의 멋진 색깔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고대 로마 시대나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유리 세공에 사용되어 스테인드글라스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어떤 물질과 빛의 상호 작용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들부터 나노미터 수준의 영역에서 새로운 현상까지 많은 연구와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나노구조체 제작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초박형 메타렌즈의 경우도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 저희가 만든 적외선 메타렌즈가 세계 10대 기술로 선정되었습니다. 1억 개 이상의 나노 구조체를 가공해 만들어야 하는데, 당시 렌즈 제작 비용이 500만 원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그 렌즈가 사용되는 카메라의 가격이 100만 원 정도이니, 렌즈가 아무리 얇고 성능이 좋아도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메타렌즈의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필요했고, 이는 나노공정 기술의 혁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만든 렌즈의 크기를 1cm로 (직경 기준) 2배 이상의 큰 메타렌즈를 2만 원 수준으로 300배 가까이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물론 12인치 웨이퍼에 600개의 메타렌즈를 한 번에 제작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연구입니다. 전자빔리소그래피, 심자외선포토리소그래피, 나노임프린팅리소그래피 3개의 공정을 하나의 방법으로 엮어 기존 공정의 어려움을 혁신적으로 극복한 생산 기술입니다. 그리고 해당 메타렌즈의 소재로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O2)을 다량 사용하지 않아도 고분자 폴리머에 살짝 덮어 빛이 느끼기에 유효한 혁신적인 소재 기술도 함께 개발하였습니다.
소재와 공정을 한꺼번에 개발했고, 많은 연구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메타물질, 메타렌즈, 나노구조체를 반도체 공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이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재 측면에서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폴리머와 고굴절 원자층을 결합하는 것만으로 빛과의 상호작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렌즈가 대량 생산이 된다면, 현미경, 망원경, 카메라, 휴대전화, 드론, 자동차 등 아주 많은 분야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고 예상합니다.
혼자보다 함께 풀 수 있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대부분 연구는 쉽게 진행이 잘 되었지만, 마지막에 해당 폴리머+원자층 하이브리드 소재가 어떻게 빛과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현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 2017년 3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이신 박남규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작된 메타렌즈의 응용 연구로 VR 디바이스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2009년 9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이신 故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려 노력합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습니다. 나노 분야는 특히 그렇습니다.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학생들과 함께 연구해야 하고, 우리 연구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연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이 맞고 진심으로 함께 노력하며 나아갈 친구들이 필요합니다. 연구실 학생들에게도 주변을 둘러보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대가 없이 나눠주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연구자로서 행복한 순간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의 연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 다음 연구로 이어가며 학계에서 인정받을 때, 이렇게 뜻 깊은 상으로 인정받을 때 행복합니다. 또 연구를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찾아오던 제자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찾아오고, 졸업할 때는 그 제자한테 “그때 저를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도 기쁘고요. 제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도 더없이 행복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게임과 만화책에서 꿈꿔온 몇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에너지파), 스카우터(현재의 AR글래스), 해리포터와 스타크래프트의 투명 망토(클로킹), 스타워즈의 광선검, 백투더퓨처의 타임머신……. 빛을 극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모두 가능한 기술입니다. 메타물질의 활용 가능성이 과학적 이론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혜택을 볼 수 있는 유용한 기술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비유하자면 ‘빛을 다루는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만화책과 게임을 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꿔왔습니다. 중·고등학교와 입시를 거치며 꿈을 잊고 살았다가 대학에 들어와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것은 어릴 적 꿈꿨던 과학자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만나면 어릴 때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것이 꼭 과학자나 공학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본인의 꿈을 잘 찾아갈 방법을 고민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그 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