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덕 교수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 표적화 연구를 통해 나노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
김대덕 교수는 신장으로 배설 가능한 크기의 초소형 나노 약물전달시스템 제형*을 개발하여 약물의 암조직 표적성은 유지하면서 일반 장기로의 축적을 최소화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
김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 약물전달시스템 제형은 크기가 7나노미터* 보다 작아 신장을 통해 배설이 가능하며, 나노입자 구조의 최적화 설계로 약물을 암조직에 균질하게 침투시키는 동시에 종양 조직과 정상 조직에 대한 잔류 정도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나노미터: 미터의 십억분의 일(10-9m)에 해당하는 길이로 머리카락 두께의 오만분의 1과 같다
또한 새로운 나노 약물전달시스템 제형은 주사제 등 의약품 첨가제로 사용되며 안정성이 입증된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관련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2023년 8월 게재됨.
김대덕 서울대 교수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암조직으로의 항암제 표적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연구자다. 최근에는 나노물질을 이용해 약물을 효율적으로 체내에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30년 간 한결같이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추진해온 원동력은 바로‘연구 열정 가득한 연구실 구성원들’이라며 넉넉한 미소를 건네는 김대덕 교수를 봄기운 가득한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약학 분야의 제형 연구자로서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분들과 감사할 일들이 정말 많음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연구 면에서는 그 동안 진행하고 있던 나노 약물전달시스템과 더불어서 좀 더 실용적이고 사업화가 가능한 제형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큰 주제는 약물을 효율적으로 체내에 전달하여 약효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환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방법(제형)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몸에 투여한 약물이 혈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위장관막이나 피부 등의 장벽을 통과해야 하는데, 약물에 따라서는 이 과정이 어려워서 실제로 혈중에 도달하는 양이 매우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혈중에 도달하여서도 쉽게 분해되거나 목표로 하는 약효 부위에 도달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시판 중인 약물이나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항암제가 목표 부위에 도달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을 극복하고자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을 활용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실은 다양한 형태의 나노전달시스템을 고안하여 항암제를 암조직으로 표적화하여 전달하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간이나 비장 등의 정상 조직으로의 노출을 줄이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는 저를 비롯해 나노전달시스템을 이용하여 항암제의 암표적화를 연구하는 분들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따라서, 높은 암표적 능력을 보유하면서 정상조직으로는 분포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을 설계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꼭 답을 찾고 싶은 숙원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신장으로 배설이 되는 초소형의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은 일반 장기로의 분포를 줄이면서 암으로의 표적성을 높이거나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므로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항암제 나노전달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양 조직으로의 항암제 전달 능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정상조직에 대한 항암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나노전달시스템들은 신장으로 배설되지 못하는 크기이기 때문에 합성고분자 등의 외인성 물질로 이루어진 나노전달시스템이 체내에 오래 잔류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암조직 외에도 간이나 비장 같은 정상조직에도 축적되어 나노 소재 또는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로 인해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의 임상 적용은 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전달시스템은 주사제 등의 의약품 첨가제로 이미 사용 중인 물질인 사이클로덱스트린을 기반으로 만들어 재료에서 오는 독성에 대한 염려로부터 좀 더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임상에도 쉽게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나노전달시스템은 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 대한 높은 표적 선택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 등의 치료를 위한 나노 약물전달시스템 설계의 새로운 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약학대학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자연과학 분야의 순수 기초연구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순수 기초연구 보다는 제약업계에서 응용 혹은 적용하여 사업화를 이룰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제약산업계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산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다양한 제형의 연구와 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돌아보면 하나하나 모든 주제가 소중하고 애정이 갑니다. 특히, 부산대에서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교신저자로 처음 발표했을 때의 희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비도 넉넉지 않고 인력도 많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과 밤늦게까지 실험실에서 함께하였던 고마운 시간들이 가슴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쓰던 피부 흡수 측정 장비를 직접 설계하여 제작하였고, 이를 국내 연구진들에게 소개하였다는 보람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한 열정적인 대학원생들과 연구진들 덕분입니다. 평소에도 주위 분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연구에 열정을 보이는 우수한 구성원들이 우리 연구실과 인연을 맺은 것을 보면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시간을 함께 한 모든 분들께 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연구자의 길을 택하면서 겪었던 가장 어려움은 젊은 시절의 경제적인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같이 졸업한 동기들과 비교될 때마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약간의 시차를 두고 경제적인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아서 선택한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즐겁게 살아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이 풍요로워진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구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자기 주도적인 연구 자세를 늘 강조합니다. 대학원 진학은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한 길이여야 하고, 따라서 선배나 교수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는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늘 이야기합니다. 연구자로서 본인의 연구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논리적인 사고로 과학적 방법을 실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물이라도 효율적으로 표적 조직에 전달하여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다양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항암제는 암조직에 집중되지 못하고 일반 장기에 더 많은 양이 축적됨으로서 심각한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암제를 암조직으로만 표적화할 수 있는 제형에 대한 연구를 완성하여 임상에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도전입니다.
약학대학에 입학했을 때 대부분 약국이나 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이렇게 유용한 약물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 항상 궁금하였고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에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열고 새로운 길에 도전할 용기를 가져 볼 것을 조언합니다. 의외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 길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큰 보람과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