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교수는 인간의 촉각 수용과 감각 전달의 원리를 모방하여 인간처럼 촉각을 느낄 수 있고 상처 치유도 가능한 대면적 로봇 피부를 개발함
김정 교수는 인간 피부의 다층 구조 및 촉각 추정 원리를 생체모사한 하이드로젤-실리콘 엘라스토머* 구성의 다층 구조와 넓은 영역에 분산 배치한 센서를 이용하여 인간과 같은 수준의 촉각을 넓은 표면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로봇 피부 기술을 제안하였다.
*엘라스토머: 고무처럼 탄성이 좋은 플라스틱 소재
개발된 로봇 피부는 촉각 신호를 인공지능 신경망으로 처리하여 누르기, 쓰다듬기, 두드리기 등 대표적인 촉각 자극 종류를 분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깊게 찢어지거나 베여도 상처 부위 외 영역에서 촉각 감지 기능이 유지되고 상처 부위를 보수하면 기능 회복도 가능하다.
또한 기계적·전기적 물성 조절이 가능해 의수나 의족에 사용하면 실제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외형과 촉감을 제공할 수 있다.
본 연구성과는 2022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되었으며, 후속연구 결과는 로봇분야 학술회의(IEEE RA-L)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로봇이 산업과 일상생활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자동차·조선, 국방, 우주·항공 등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여온 로봇이 최근에는 서빙로봇, 바리스타로봇, 청소로봇, 의료로봇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산업까지도 빠르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로봇 기술과 로봇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현장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달상 2월 수상자인 김정 교수는 인간의 피부 구조 및 촉각 추정 원리를 생체모사한 로봇 피부를 개발하여 갈수록 사람과의 다양한 접촉과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로봇 응용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김정 교수에게 2월은 20년 전 첫 아이의 탄생을 경험하며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했던 의미 있는 달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2월은 이달상 수상을 통해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여 부끄럽지 않은 연구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힌 해로 기억할 것’이라며 수상소감을 전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TV만화 ‘마징가Z’를 보며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우고 한 길을 달려온 김정 교수의 로봇 피부 연구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계공학 분야, 특히 로봇연구자로서 이런 큰 상을 받아 큰 영광입니다. 특히 2월은 20년 전 제 큰딸이 태어난 달입니다. 당시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한 바 있습니다. 올해 2월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앞으로도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여 부끄럽지 않은 연구자가 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2024년에는 로봇 피부 연구와 더불어 로봇 손 피부에 촉각을 부여해 높은 수준의 조작이 가능하게 하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와 같이 자기 스스로 접히고 구부러지고 때로는 이동하기도 하는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바이오로보틱스는 의생물학과 로봇공학이 융합된 분야입니다. 이는 생명체나 생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로봇기술을 개발하거나 의생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포함합니다.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생체 모방로봇이나 수술용 로봇, 로봇의족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촉감이나 공간감각 등 이른바 체성감각을 로봇에 접목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로봇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촉각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 물리적인 관계를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물류공장에서 사람과 같이 일하는 인간형 로봇, 고령자를 부축하거나 안아서 운반하는 서비스 로봇 등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햅틱스 : 촉감을 이용하여 컴퓨터로 상호 작용을 제어하는 기술.
MIT 박사과정 당시 지도교수님은 사람의 촉각 연구를 오래 하신 분이셨습니다. 당시 실험실에서 사람의 촉각 기능과 이를 정량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많이 했는데, 저는 사람의 촉각 기능을 로봇에 구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카이스트에 부임한 후 이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과 의기투합해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촉각은 시각과 청각 등 다른 감각과 달리 인간의 감각 능력이 현재 기술을 한참 능가하기 때문에 연구 방향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연구 분야와 방향을 정한 후에는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을 하나의 우산 아래로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실험실 밖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하시는 분들과 연구결과를 교류하고 때로는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여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그 결과를 다른 학생들과 지속·발전시키는 과정이 이어지며 연구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된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안전 등의 이유로 로봇은 사람과 떨어진 장소에서 반복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로봇의 개발이 증가함에 따라 로봇과 인간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로봇이 인간과 하나의 물리적 작업을 같이 수행하려면 인간의 힘과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로봇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로봇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피부의 개발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연말 테슬라는 인간을 닮은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어 로봇 피부 관련 연구의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생체모사 다층구조와 단층촬영법을 활용해 대면적 로봇 피부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술들은 인간 피부의 구조와 촉각수용기의 특징과 구성 방식을 모사해,?적은 수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넓은?3차원 표면 영역에서?정적 압력(약?0~15Hz)?및 동적 진동(약?15~500Hz)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국지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터치스크린 기술은 해상도를 높일수록 필요한 측정점의 수가 증가하는 데 비해,?이번 기술은 넓은 수용영역을 갖는 측정 요소들을 겹치게 배치해 수십 개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넓은 측정 영역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날카로운 물체에 의해 깊게 찢어지거나 베일 경우 상처 부위만 보수하여 로봇 피부의 구조와 기능을 손쉽게 회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의 로봇 피부는 반도체 공정 등을 이용해서 대략 우표만한 크기에 정밀한 촉각을 부여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또한 매우 어려운 연구이고, 시도입니다. 하지만 로봇의 몸체는 평면이 아닙니다. 또한 로봇은 여러 물리적 자극과 큰 압력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팀은 처음부터 로봇의 몸체를 덮을 수 있으며 충격흡수가 가능한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대면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측정점의 숫자를 줄이고 측정점과 측정점 사이의 변형을 추정에 의해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한 결과 측정점 사이에 상처가 발생해도 상처 부위만 보수하면 다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하이드로젤은 90% 이상이 물과 전해질로 이뤄진 소재로 사람 피부와 비슷한 성질을 보이면서 전류와 진동을 전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이드로젤 아래 배치된 전기 전극과 마이크가 피부 표면에 가해진 자극에 의한 변형이나 진동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의수나 의족의 외피로 본 로봇 피부를 설치한다면 사람의 피부와 동일한 촉감을 감지할 수 있는 의수 의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개발한 로봇 피부는 시각적으로도 사람의 피부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의수나 의족 사용자들은 팔과 다리에 촉감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로봇 피부 기술이 의수와 의족 이용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로봇 피부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센서와 복잡한 계산 알고리즘이 활용됩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주의를 기울이기 전까지는 피부에 어떤 자극이 있는지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로봇 피부가 실제 로봇에 적용되려면 앞으로 사람의 감각 전달을 모방하는 알고리즘과 인식 기법 등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3D 프린팅 등으로 한 번에 피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점점 더 로봇과 사람의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시도가 증가함에 따라 물리적인 접촉과 충돌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 같은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고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규명하는 사회적 합의 및 제도들에 대한 고민도 사회적으로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매우 폭 넓고 다양한 편입니다. 이런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는 넓은 분야의 연구를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관심사들을 연구실의 주력 연구 분야로 승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경쟁력은 넓은 분야를 빠르게 파악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처음 시작하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연하고 답답함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 같은 어려움을 느끼고 도움을 구하는데 저도 잘 모르고 막막할 때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를 마무리 짓고 논문을 착수할 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두고 너무 많은 선택지 중 고민하는 것도 제가 느끼는 어려움입니다. 어려움이라는 것은 매 단계에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고 저는 이런 작은 어려움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점진적이고 반복적으로 일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실험실 학생들에게는 연구에 열려있는 자세와 전략적인 사고를 주문합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입력에 대해서 어떤 출력을 얻을 수 있는지 늘 생각해보고 우리가 싸워야 혹은 인정받아야 할 곳이 우리에게 유리한 곳인지를 늘 먼저 생각해 자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도록 조언을 합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서는 학생들에게 공학인의 자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합니다. 매년 신문방송에서는 올해도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못 받았다고 우울해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상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안 받은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조선, IT, 로봇 등에서 세계 일류 공업국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결실은 선배 연구자들이 큰 꿈과 근성으로 도전해 이룬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공학도들이 자기 꿈을 펼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임도 강조합니다. 지금 여러 어려운 일들이 있지만 일시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이야기합니다.
지난 연말 방송에서 소개된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은 단단한 외피에 쌓여있습니다. 현재 우리 팀에서 개발하는 로봇 피부를 이런 인간형 로봇에 적용하는 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만든 로봇 피부를 통해 촉감과 자기 수용 감각 등을 감지해 좀 더 로봇이 사람과 잘 협력하면서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1학년 때 TV만화 ‘마징가Z’의 첫 회를 보고 로봇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꿈을 계속 키웠고, 당시에 신설된 경기과학고와 카이스트에 진학하여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왜 다른 분야를 생각해 보지 않았나’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는데요. 한 주제에 머물러서 연구한 결과 지금은 이렇게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고, 꿈을 현실화할 기회를 얻게 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기술을 가진 동료들과 협력하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평하게 그 결과를 나누어 가질 때 우리는 기술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