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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생체모사로 노이즈 필터 소재 개발 및 바이오 전자소자 적용

공적 요약

생체모사 기술을 이용해 움직임에 의한 노이즈*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하이드로젤 필터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바이오 전자소자에 적용하여 생체신호 측정의 정확성을 높여 생활 속 다양한 진동 소음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

구체적 내용

거미 다리의 생체소재인 점탄성 패드(cuticular pad)를 모방한 젤라틴/키토산 기반의 하이드로젤 고분자 소재를 개발하고, 낮은 주파수의 노이즈만 선택적으로 제거하여 신호 대 잡음비(신호전력/노이즈 전력)가 우수한 바이오신호 확보가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증명.
거미는 바람과 비 등 외부 노이즈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먹이와 짝 등이 보내는 신호를 잘 감지한다. 다리 하부 진동수용체에 존재하는 점탄성 패드가 낮은 주파수 대역의 노이즈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높은 주파수 대역만 진동수용체로 전달하기 때문.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인체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생체 신호의 주파수 대역만 선택적으로 감지·측정할 수 있어 차세대 바이오 전자소자 개발에 필수적이다. 또한 물리적 충격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규명해 사회문제인 층간 소음 및 차량 진동 등 다양한 진동에 의한 소음제거 소재로도 응용이 가능.

주요경력
2013.03 ~ 현재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2009.06 ~ 2013.02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박사후연구원
2009.02 ~ 2009.05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박사후연구원
주요학력
2003.03 ~ 2009.02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박사
1997.03 ~ 2003.02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학사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간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새해 새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마음은 늘 설레기 마련입니다. 나간 시간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의지를 다지는 지금,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한시 (漢詩) 구절이 우리에게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연구 현장도 2024년 청룡의 해를 맞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합니다. <불굴의 개척정신>은 김태일 교수가 박사과정 때 몸담았던 연구실 모토입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마음가짐으로 연구에 입문한 김태일 교수는 지금도 이러한 정신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생체모사 바이오 전자소자 개발 역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한 결과입니다.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해온 과학자의 삶의 긍지와 보람을 전하는 김태일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1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2024년 한 해를 시작하시는 포부와 계획도 전해주세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평생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상입니다. 이처럼 뜻깊은 상의 수상자로 저를 추천해 주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재단 담당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특히 연구실 학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연구에 대한 계획을 선한 거짓말 정도로 생각합니다. 연구란 뜻한 바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상을 수상하게 해준 생체모사 노이즈 필터 소재 개발과 이를 적용한 바이오전자소자 연구는 2014년 여름 시작되어 꼭 10년이 걸렸습니다. 2024년의 연구 계획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냥 흘러가도록 두는 연구, 그리고 정형화되지 않은 연구가 가장 저 다운 연구인 듯 합니다.

바이오 전자소자의 전문가이십니다. 교수님의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바이오 전자소자는 바이오에 활용하는 반도체 기반의 전자소자를 통칭하는데요. 최근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바이오 전자소자를 이용해 생체신호를 얻으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생체신호는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여 예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이오 전자소자는 전자, 신소재, 화학, 고분자 등 다학제 기반의 융합 연구를 통해 개발되는데요.
저는 화학공학을 기반으로 한 고분자 신소재를 활용하여 사람의 생체신호 측정은 물론 전자약*으로도 활용되는 바이오 전자소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 전자소자는 뇌파와 같은 생체신호로 조절할 수 있어 질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기술입니다.
* 전자약(electroceutical):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측정하고 전기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를 의미함.

전자소자 중에서도 생체모사 전자소자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셨습니다.

박사과정 때부터 은사님이신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홍희 교수님과 기계항공우주공학부 (故)서갑양 교수님의 도움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고, 자연에서 형성된 여러 가지 특이한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응용하는 생체모사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바이오 전자소자’를 공부하였고요. 성균관대에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생체모사 기술을 ‘바이오 전자소자’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바이오 전자소자를 이용한 신호 측정 시 애로사항이었던 사람의 움직임 등에 의한 노이즈를 차단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전자소자로 구현하였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바이오 전자소자는 인체정보를 지속적으로 획득하여 실제 치료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생체신호를 확보하려면 착용자의 불필요한 움직임 등으로 인한 잡음이 신호에 섞이지 않아야 합니다. 병원에서 환자의 심장 신호를 측정할 때,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생체신호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연속 측정한 생체신호는 잡음이 혼재돼 있습니다.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신호공정이라는 연산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하지 않는 신호를 인위적으로 구별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하는 신호도 없어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신호 측정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노이즈를 없애는 노이즈 필터를 생체모사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생체모사를 통해 거미의 진동감각기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는데요. 연구의 주요내용과 성과도 소개해주세요.

거미의 진동감각기관은 노이즈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에 착안해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노이즈를 만드는 진동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 소재를 개발하고, 생체신호 측정 시 뇌파, 심장신호 등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신호만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낮은 주파수의 노이즈만 선택적 제거하여 신호대잡음비가 월등한 바이오신호를 획득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는데요. 그 결과 기존의 연구에서는 불가능했었던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의 인체신호 상시 측정이 가능하였습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질환 관련 신호가 비교적 뚜렷하지만, 초기 질병 단계에서는 신호가 미약하여 측정이 어렵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초기 질환 단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이상신호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생체신호 측정 시 노이즈를 흡수하는 전자소재 개발이 기존의 노이즈 제거 연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생체신호 측정의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기존의 연구가 방대한 노이즈와 신호에서 원하는 신호만 추출하는 소프트웨어나 AI 등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면, 본 연구는 애초 노이즈를 최소화하여 원하는 신호만 남게 하는 소재를 활용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또한 노이즈 최소화 방법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밝히고,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 학계의 중론이었던 신호처리 기술이 아닌 생체모사 기술을 활용한 것도 이번 연구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이즈를 제거한 전자소자는 바이오 분야뿐만 아니라 층간소음 저감 등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 가능 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장점은 스펀지와 같은 충격 및 진동소음 흡수형 소재와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본 연구를 통해 개발한 하이드로젤 소재는 물리적 충격흡수 정도가 기존 소재 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충격 흡수 정도가 충격의 진동수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걸음걸이에 해당하는 진동수에 흡수정도를 최적화시키면 여기에 해당하는 진동소음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동차 혹은 비행기에서 불쾌감을 주는 진동수에 맞게 흡수정도를 최적화한 인테리어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는데요. 자연의 원리를 실제 기술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생체모사연구는 반도체나 화학공학같은 연구 분야의 지식 외에도 생물학 공부를 비롯한 선행연구가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내셔널 지오그라피(National Geography) 같은 채널도 자주 시청했고요.(웃음) 자연에서 어떤 특성이 어떠한 구조물에서 기인했는지를 알아야 이를 실제 연구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도마뱀 발바닥이나 연잎의 나노구조물을 모사한 기판을 만들기도 했으니 연구를 본 연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시작한 셈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생체모사연구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저희 그룹의 경쟁력은 토론에 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소재를 만드는 학생과 소자를 만드는 학생, 이론을 제시하는 학생이 같이 연구해야 완성도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할 수 있습니다. 연구 내용 발표를 위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토론에 할애합니다. 토론 시 제가 먼저 개입하면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는 한 학생들끼리 스스로 문제를 찾고, 극복 방법을 도출하도록 합니다. 이때 저는 최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를 합니다. 이러한 연구문화가 바탕이 되어 우수한 연구결과를 지속해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바이오 전자소자 연구는 전 세계 어떤 연구그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성과를 도출해오고 있으며 독립적인 연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그룹의 연구 경쟁력은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는 연구방법에서 시작했다고 자부합니다.

연구자로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고민은 항상 있습니다. 일례로 저와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된 분들과 비교하면, 미국의 학교는 대학원생과 연구지원자가 늘 넘치지만 저희 그룹은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습니다. 그마저도 서울대, KAIST 등 국내 타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과제와 학생 유치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해외 연구자들과 같은 분야를 연구했다면 적은 연구 인력으로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연구를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체모사 바이오 전자소자’분야를 개척하고 저만의 개성이 나타나도록 연구를 수행한 결과 독립연구자로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인 동시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이십니다. 최근에는 학과 대학원 BK Four의 담당 총무교수로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주도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연구와 교육은 같습니다. 강제로 시켜 공부하는 학생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어떤 분야의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공부 의지가 더 강하게 발현되고, 그러한 이유로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에서도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연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물론 학과 내 BK단장님과 모든 교수님들과 함께 진행했는데요. 한 분야만의 전문가가 아닌 자기주도에 의해서 필요한 학문 분야를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과 대학원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자로서 생체모사 바이오 전자소자 분야에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바이오 전자소자가 능동적 치료의 개념까지 포함하는 전자약과 함께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즉, 지속적으로 신호 측정과 약물투약이 연동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측정이 우선되어야합니다. 또한 움직임이 있어도 측정오차는 최소화돼야 합니다. 노이즈 필터를 통해 측정오차 최소화를 구현한 만큼 머지않은 시일에 목표한 결실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수님은 과학자의 꿈을 어떻게 키우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재미가 없는 오묘한 일입니다. 하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자체가 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리를 찾고 밝혔다는 보람은 더할 나위 없고요. 제가 연구의 참 재미를 느낀 건 박사과정 3년차 무렵입니다. 막연하게 진행해온 연구가 완성되어 갈수록 재미가 커졌습니다. 최근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길게는 6개월 남짓 연구에 참여해 본 경험으로 본인의 적성을 지레짐작하고 과학자의 꿈을 포기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학자는 천천히 가더라도 원하는 연구를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예비과학자들에게 연구는 마라톤이며, 박사학위는 미지의 학문을 혼자 힘으로 항해할 수 있는 면허증과 같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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