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수상자 상세정보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 탄소순환 진단 기술 개발

공적 요약

정수종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 탄소순환 진단 기술을 개발하여 전 세계 공통의 이슈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에 기여함.

구체적 내용

최근 2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수치는 화석연료 사용 등 단순히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아니다. 대기와 함께 지구의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는 육상 생태계와 해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탄소저감 효과가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해양·지면 사이의 탄소순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실제 대기 중 관측에서 얻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모의할 수 있는 진단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정수종 교수는 해양에서 직접 측정한 탄소 교환량 자료가 없더라도 대기의 이산화탄소 변동성을 이용해 해양의 역할을 역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 지구적인 탄소순환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개발된 시스템은 인공위성 관측, 지상관측, 육상생태계 모델, 빅데이터기반 모델, 해양물리모델, 대기수송모형 등의 관측-모델 통합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전 지구 규모의 탄소순환을 모사할 수 있다. 또한 관측 자료에 기반 한 전 지구 탄소순환 진단 기술은 지구시스템 내 다양한 구성요소의 역할을 정량적으로 밝힐 수 있다. 즉 어느 지역, 어느 국가에서 탄소 배출이 많이 일어나는지, 반대로 어느 지역에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지를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정수종 교수는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지역별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남반구 해양 탄소순환의 변화가 전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계절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관련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2022년 10월에 발표되었다.

정수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 지구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흡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라며 “앞으로 탄소순환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탄소중립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요경력
2018.03 ~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교수/부교수
2016.09 ~ 2018.02 중국 남방과기대(SUSTECH) 부교수
2013.10 ~ 2016.09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2010.09 ~ 2013.09 미국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박사후연구원
주요학력
2004.03 ~ 2010.02 서울대학교 대기과학 박사
2002.03 ~ 2004.02 서울대학교 대기과학 석사
1996.03 ~ 2001.08 부산대학교 대기과학 학사

늦가을 정취가 무르익었던 지난 11월 말, 도심 가로수 길에는 노랑 은행잎이 아닌 때아닌 초록색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지나는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시금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내가 지켜야 할 내 재산이라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12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는 전 지구 탄소순환 진단 기술을 개발하여 기후위기 해법 마련에 필요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기후학자이다. 정수종 교수는 사람의 생명만큼 소중한 지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민 한명 한명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과학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를 이끌며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하거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산업 분야를 발굴,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시는 소회도 전해주세요.

먼저 12월 6일이 제 생일인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언론에서 다른 분들의 이달상 수상 소식을 보면서 참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제가 받으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좋긴 합니다. 서울대에 부임한 이후 늘 바쁘게 살아왔지만, 올해는 다양한 기후변화 이슈 및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활동으로 정말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특히 20개 기관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아서 거의 매일 반복되는 회의와 연구 점검으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이렇게 이달상과 함께 12월을 맞게 돼 열심히 살아온 것 같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전 지구 탄소순환을 연구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탄소중립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인‘탄소순환’이란 무엇인가요?

기후변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탄소순환입니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주요인은 ‘대기(공기) 중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있느냐’입니다.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라고 표현하는 것인데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탄소순환 연구입니다. 어디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배출되고, 어디에 얼마만큼 흡수되고, 또 얼마나 많은 양이 대기에 쌓이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즉, 탄소순환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아야 올바른 탄소중립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학부 때부터 대기과학을 전공하셨어요. 관련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많은 분이 ‘대기과학’하면 일기예보나 오늘의 날씨를 떠올리시는데요. 대기과학은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습니다. 저는 대기과학 중에서도 기후변화를 다루는 ‘기후과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제가 학부생이던 1990년대 후반에는 사회적으로 기후변화가 큰 이슈는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사용은 전 세계 많은 국가의 경제 발전 근간인 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기후변화 문제는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지금까지 연구를 지속하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지구대기를 연구하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탄소순환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대기 중 탄소의 양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합니다. 실제 대기의 공기를 포집하여 성분을 분석하기도 하고, 차량에 장비를 싣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탄소의 흡수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숲속에 측정 장비를 설치하여 탄소의 이동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범위의 탄소순환을 파악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전 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를 측정하기도 하고요. 이뿐만 아니라 측정된 탄소의 순환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기후모델이나 탄소순환 모델과 같은 컴퓨터 모델도 활용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즐기는 메타버스처럼 컴퓨터 속에 가상의 지구를 만들어 탄소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최근 대기 관측기반의 전 지구 탄소순환 진단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으셨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계절 주기의 변화가 탄소 배출원과 흡수원의 시공간적 변화를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셨는데요. 어떤 기술인지 소개해 주세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계절성은 화석연료의 연소 효과를 배제한 육상생태계나 해양에 의한 탄소 흡수 및 배출로 인한 영향 때문에 나타납니다. 기본적으로 육상생태계/해양에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면 상대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지고 육상생태계/해양에서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배출하면 다시 농도가 올라갑니다. 해마다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만,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일자로 곧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북반구는 여름철에 낮아지고 가을이 되면 다시 증가하여 구불구불 기어가듯이 농도가 증가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대기의 특성을 활용하면 해양에서 직접 측정한 탄소 교환량 자료가 없더라도 대기의 이산화탄소 변동성을 이용해 해양의 역할을 역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전 지구의 탄소순환을 진단할 수 있는 탄소순환 모델을 개발하여 연구하였습니다.

본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남반구의 해양 탄소순환의 변화가 전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계절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히셨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는 전 세계 150개 관측소 중 40년 이상의 관측 기록을 확보한 45개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계절성의 장기 변화를 분석하다 아주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남극에서 북극까지 골고루 분포한 측정소 중 특이하게 남반구 고위도 측정 지점들에서 최근 들어 계절성이 강해졌습니다. 이는 최근 남반구 해양에 알 수 없는 변화가 발생했고 이러한 변화가 대기의 이산화탄소 계절성 변화에 포착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 지구의 탄소순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탄소순환 모델을 이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남반구 해양 산성화로 인해 해양이 흡수한 대기 중 탄소가 빠르게 다시 대기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발견하였습니다. 남반구 해양의 산성화 문제는 이미 많은 과학자가 지적했지만, 그 부작용이 탄소순환을 바꾸고 대기의 이산화탄소 변동성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아무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는 물론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과 정책개발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전 지구적인 탄소순환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전 세계 최고의 환경 이슈인 전 지구 탄소중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 어느 국가에서 탄소 배출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는 어느 지역, 어느 국가에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기에 많은 국가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뿐만아니라 현재 미국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와 협력하여 인공위성 측정 온실가스, AI 기술, 그리고 탄소순환 모델을 결합하여 각 국가의 배출량 보고 값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투명한 배출량 보고와 보고된 배출량을 이행평가 할 수 있는 과학기술 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저희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이러한 지구촌의 노력에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고 독창적인 연구를 추진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제 연구의 원동력은 궁금증입니다. 기후변화를 오래 연구하다 보니 연구실이 만물상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제 궁금증 때문인데요. 사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의한 배출활동, 에너지 소비를 통한 배출, 식생의 생장 활동으로 인한 육상 탄소순환, 토양의 탄소 배출량 변화, 해양의 물리적 변화에 따른 탄소 교환의 변화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궁금함이 생기고, 때로는 학생처럼 교과서와 논문을 뒤져가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사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교수이기에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제 호기심이나 궁금함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들에게 자주 물어봅니다. 이렇게 매사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어려운 고비는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사실 연구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2018년 서울대 부임 당시 만해도 한국에서 탄소순환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여러 과제를 찾아보고 관련 기관에 문의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중요한 연구라고 설명하면 ‘왜 미세먼지 연구를 안 하냐?’라고 묻는 분도 있었고, 심지어 어떤 분은 ‘그런 연구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는 것’이라며 연구주제를 바꾸라고 권유할 정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탄소중립이 세계적 이슈가 되어 제 연구에 대한 공감대도 생겼지만, 불과 5~6년 전만 해도 연구 시작 자체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정말 작은 연구비를 조금씩 모아서 탄소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고, 여러 관계기관 분들에게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연구자이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평소 연구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대충할 거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연구자의 길은 끈기와 열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제가 지금 그 또래 친구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완벽히 이해는 못 하겠죠. 하지만 저 역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지금까지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시간을 절대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매일 죽도록 공부만 하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저 역시 학생 때 많이 놀았던 경험도 있고요. 다만 긴장의 끈은 놓지 말고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인생의 황금기 같은 20대 후반을 관악산 골짜기 연구실에서 보내는 제자들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고 인생의 진짜 황금기를 만들 도약의 기회로 삼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장으로도 활약하고 계십니다. 센터의 미션과 주요활동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산업이 바뀌어야 합니다. 탄소 배출의 많은 부분이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산업을 규제하긴 어렵습니다. 경제활동을 억제하거나 돈벌이 수단을 없애는 방식으로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하거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후적응 기술 개발이 화두입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 분야입니다. 결국 많은 사람의 동참을 이끌려면 경제적 이익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산업 분야를 발굴,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그리고 서울대학교가 함께 힘을 합쳐 만든 센터입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및 이산화탄소저감 정책에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적극적인 참여가 제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내가 지켜야 할 내 재산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환경을 절대 공공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 개개인이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면 변화는 없습니다. 또 하나,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당부드립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산업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이 아주 중요한데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좀 더 비용이 들더라도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회사의 제품을 산다면 회사는 단가가 비싸더라도 저탄소 제품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소비자가 저렴한 제품을 추구하기에 굳이 회사들이 변화를 꾀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기후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탄소중립입니다. 어떻게 하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과학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합니다.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한 가장 큰 숙제는 앞으로 지구가 얼마나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해 줄지 맞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약 50%를 지구의 자연생태계가 흡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면 지금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감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생태계의 변화는 모두 부정적인 신호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알아내는 것이 지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과학자의 꿈을 키우셨나요?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의 말씀도 전해주세요.

솔직히 저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 하지만 의대에 떨어졌고, 지금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과학자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고, 지구의 목숨을,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더 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처음 가졌던 꿈과 비슷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원하는 길을 못 가고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고, 또 반드시 새로운 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도달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과학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이 실패하고 때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과정들이 여러분을 훌륭한 과학자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선배 과학자가 그러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여러분도 실패를 두려워 말고 하루하루 연구를 즐기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