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고집적 반도체 핵심기술인 초저유전물질 합성법을 개발하여 반도체 미세공정 혁신 기반을 마련.
ㅇ대면적 비정질 질화붕소 박막 증착 기술
화학기상증착(CVD) 방법에 플라즈마 기술을 도입하여, 실리콘(Si), 실리콘산화물(SiO2), 구리(Cu) 기판에 3 nm 두께의 매우 얇은 비정질 질화붕소(aBN) 박막 증착에 성공했다. 이러한 증착 방법은 저온(400 ℃)에서도 4인치 웨이퍼에 비정질 질화붕소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여, 공정 혁신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또한 비정질 구조는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성을 가지지 않고 3차원에서 무작위한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에 낮은 유전상수를 나타낸다.
ㅇ반도체 초격자를 위한 초저유전 소재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로 소자의 크기는 계속해서 작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칩의 성능은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속도에 영향을 받았지만, 소자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배선 구조에서 발생하는 '신호전달 지연(RC delay)'이 칩의 작동 성능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이고 신호전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전소재의 유전율을 낮추어야 한다. 연구팀은 비정질 질화붕소(aBN)가 낮은 유전율(1.89 @ 100 kHz)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연체인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이다. 비정질 질화붕소의 낮은 유전율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이용하여 메모리 반도체(DRAM, NAND 등)와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했다. aBN는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고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핵심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초격차 전략입니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간산업이자 미래 먹거리인 만큼 2021년 5월, 2030 세계 최고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수립된 ‘K 반도체 전략’이 한층 더 진화됐습니다. 세계적으로 패권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 약 2년마다 반도체칩의 저장 용량이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존재해 왔는데요. 울산과학기술원 신현석 교수는 순수 비정질 질화붕소 (aBN) 박막 합성법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핵심 소재 기술력을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부터는 한국그래핀학회 회장을 맡아 그래핀 등 이차원 소재와 이들의 반도체 분야 응용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왜’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온 신현석 교수의 연구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여 영광입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실험실 구성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험실 졸업생과 현재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수상의 기반이 된 초저유전체 박막을 개발한 이후 후속 연구를 지속하여 현재는 관련 기술을 실제 반도체 칩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연구로서 다양한 질화붕소 구조체뿐만 아니라 이를 확장한 3개 원소로 이루어진 BCN(질화 탄소 붕소) 소재, 전이금속칼코젠 화합물과 같은 다른 2차원 소재들의 합성 및 물리화학적 특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파장이 컸습니다.
최근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 전략에서도 반도체 원천소재 기술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ICT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무어의 법칙*이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현재 반도체 소재는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혁신기술이 필요합니다. 초격차 기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재 기술이고, 또 소재 기술 중 하나가 초저유전물질입니다. 초저유전물질 개발은 지난 10여 년 동안 더디게 발전했습니다. 유전율 2.5 이하의 초저유전물질 개발은 현재도 기술적 난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반도체 혁신을 위한 매우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유전물질(혹은 유전체)은 반도체에 들어가는 절연체를 말합니다. 절연체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고밀도 집적회로를 제작할 때 정보처리 속도 또한 높아야 합니다. 정보처리 속도는 유전물질의 유전상수와 금속 배선의 저항에 영향을 받는데, 고밀도 집적회로에서 초저유전물질을 사용하면 정보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초저유전물질은 2.5 이하의 낮은 유전상수를 갖는 절연체를 말하는데,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절연체는 유전상수가 2.5 수준입니다. 2015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발표한 ITRS 로드맵에 따르면, 2028년에는 유전상수 2.0 이하의 유전체 개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2.0 이하의 유전상수를 갖는 물질 개발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UNIST에 부임하며, 그래핀을 포함한 2차원 소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정말 많은 연구자들이 그래핀에 집중해 경쟁도 심했습니다. 그래핀을 연구하며 다른 2차원 소재인 육방정계 질화붕소 (hexagonal boron nitride, hBN)와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 (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s) 등으로 연구를 확장했습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반도체에 적용하기 위해 50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성장하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순수한 비정질 질화붕소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순수한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가 유전상수 2.0 이하의 초저유전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후 저희 실험실 연구 주제의 큰 줄기가 되었습니다.
비정질 질화붕소에 대한 논문이 2020년 출판된 후 IBM, TSMC와 같은 반도체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실제 이게 가능하냐는 질문부터 협업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저는 국내 반도체 회사와 협력해 온 만큼 거절하였습니다. 이후 2022년 TSMC가 비정질 질화붕소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실제 반도체 회사에서도 관심이 큰 듯합니다. 하지만 기초 원천 연구 결과가 실제 반도체 칩에 적용돼 상용화되려면 많은 단계의 기술 검증이 필요합니다. 우수한 유전상수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기계적 물성, 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 구리 배선에서 구리 확산 방지 등 수많은 기술 검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기술개발도 추가로 요구됩니다. 또한 실험실 단계에서는 작은 양으로 실험했지만, 대량의 초저유전물질을 성장하는 스케일업도 검증해야 합니다.
2020년에는 초저유전물질로서 무작위한 3차원 구조로 결정성이 없는 비정질 질화붕소를 논문에 보고 했습니다. 작년에는 같은 질화붕소 소재인데, 단결정 형태의 육방정계 질화붕소 박막을 층수를 조절하며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보고하였습니다. 2차원 소재 연구분야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중요한 절연체 소재인데, 단결정으로 층수를 조절하며 대면적에서 합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연구 주제였습니다.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 (MoS2) 같은 2차원 소재를 집적도가 높은 차세대 반도체에 적용하려면, 이들을 실리콘 기판과 분리해야 합니다. 실리콘 기판에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이 접촉하면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이들 소재를 실리콘 기판과 분리하려면 절연체인 육방정계 질화붕소가 필요합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실리콘 기판 위에 놓고, 그 위에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을 놓으면 그 성능이 매우 잘 발현됩니다. 이때 단결정으로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합성해야 품질이 제일 좋습니다. 더불어 두꺼워야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지난해 발표한 층수 조절이 가능한 단결정 육방정계 질화붕소 합성 기술이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에도 외국에서 단결정 육방정계를 합성한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원자 한 층 두께였고, 두께 조절도 안 됐습니다. 물론 이번 기술도 실제 반도체 소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갈수록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 개발은 많은 공동연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국내외 학회 활동을 통해 기술적 난제를 토의하고, 협력을 논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논문이나 특허에 나오지 않는 부분 및 아직 발표되지 않은 최신 연구 결과들에 대한 연구자들 간의 토론을 위해서도 학회 활동은 필수입니다. 활발한 학회 활동 및 연구자들 사이의 교류를 통해 연구자 개인은 물론 관련 학문 분야도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작년부터 올해 말까지 한국그래핀학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래핀 및 2차원 소재의 기초 및 응용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그래핀학회는 10여년 전 조그만 연구회로 시작하여 2020년에 공식 학회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래핀과 2차원 소재 연구에서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실력과 위상이 매우 높습니다. 전세계에서 꾸준히 학문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그래핀학회는 국내 연구자들의 활발한 교류 및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외국 2차원 소재 관련 학회와 교류를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실험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의 자세는 ‘일희일비하지 말자’입니다.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즉,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향해 무던히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어렵게 연구한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때 뿌듯함을 느끼고 연구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도전적인 주제일수록 수행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곤 하는데,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고 나아가 문제를 해결했을 때 연구자로서 쾌감을 느낍니다. 이때 역시 연구자가 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소재 연구의 한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꿈인데요. 단기적으로는 초저유전물질인 비정질 질화붕소를 포함해 다양한 결정성의 질화붕소를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질화붕소보다 좀 더 복잡한, 세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질화탄소붕소 화합물(Boron Carbon Nitride, BCN)의 다양한 구조체로 연구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순 없을지라도, 늘 ‘왜 그렇지?’, ‘이건 왜 필요하지?’,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지?’ 등과 같은 질문을 하기 바랍니다. 공부할 때도요. 다양한 ‘왜?’라는 질문이 연구의 시작입니다. 또한, 연구를 오래 잘하려면 건강도 매우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도록 관리를 잘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