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수상자 상세정보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 정보기전공학

360도 전방위 촬영 가능한 수륙양용 초소형 광각카메라 개발

공적 요약

농게(fiddler crab)의 겹눈 구조를 모사한 360도 전방위 수륙양용 카메라를 개발하여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이미징 센서와 자율자동차, 가상현실기기 등에 요구되는 영상기술 발전에 기여.

구체적 내용

연구팀은 갯벌 서식환경에 최적화된 상태로 진화한 농게의 눈이 아주 작은 홑눈들이 모인 겹눈으로 전면에 돌출되어 있어 전후좌우 360도를 동시에 볼 수 있고 물속과 물 밖에서 모두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음에 주목. 이를 모사하여 360도 파노라마영상 확보 및 수륙양용으로 사용 가능한 카메라를 개발.
또한 농게 홑눈의 분포 및 렌즈의 형상을 분석한 결과 렌즈의 표면은 편평하지만 내부는 곡률과 굴절률이 서서히 바뀌는 구배형으로 진화해 물속과 물 밖에서 항상 초점이 맞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본뜬 구배형 렌즈(graded index lens)를 제작.
더불어 편평 구배형 렌즈를 이미지 센서와 결합하고, 렌즈와 포토다이오드*로 구성된 광학시스템을 2㎝ 크기의 공모양 구조물에 집적하여 왜곡 없는 영상획득이 가능한 카메라 개발에 성공.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022년 7월 게재.

주요경력
2021.03. ~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2016.08. ~ 2021.02.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조교수/부교수
2013.09. ~ 2016.07.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조교수
2011.06. ~ 2013.08.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 박사후연구원
2011.03. ~ 2011.06. 광주과학기술원 초고속광네트워크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주요학력
2006.09. ~ 2011.02. 광주과학기술원 정보기전공학 박사
2004.03. ~ 2006.02.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 석사
1999.03. ~ 2004.02. 연세대학교 의용전자공학 학사

엣 말에 몸이 천 냥이면 몸이 구백 냥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오감 중 눈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의료기기 분야에서 요구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는 초소형 광각카메라입니다. 인공지능 역시 사람의 눈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확보 할 수 있는 영상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2월의 이달상 주인공인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는 나방과 물고기, 농게 등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형태로 진화한 광학구조물들을 모방하며 기존에 없던 신개념 카메라를 개발하며 영상 기술의 진보의 이끈 젊은 과학자입니다. ‘빛과 자연 그리고 모방’을 화두로 자연에서 관찰되는 빛과 물질의 독특한 상호작용을 모방하며 우리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송영민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최근 CES 방문 등으로 2023년을 바쁘게 시작하셨는데요. 수상소감과 함께 교수님의 근황도 전해주세요.

먼저 전 분야를 통틀어 일 년에 열두 명에게만 수여되는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얼마 전 미국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에 다녀오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전공분야의 학회는 많이 다녔지만 박람회 경험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CES 방문은 연구 분야와는 또 다른 형태의 치열한 경쟁현장을 직접 목도할 수 있어 매우 흥분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앞으로 전자제품의 활용처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고 있는 카메라/영상 기기 분야도 자율주행/의료 등으로 크게 확대되리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생체모사 카메라 연구를 비롯해 플렉서블 광전자 소자 및 열복사 소자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발표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빛과 자연 그리고 모방’에 관한 일을 합니다. 제가 평소에 대중강연을 할 때 쓰는 제목이기도 한데요, 자연에서 관찰되는 빛과 물질의 독특한 상호작용을 모방해서 인간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몰포나비의 새파란 날개를 모사한 컬러 센서, 빛 반사가 거의 없는 나방의 눈을 모사한 무반사 필름, 사하라 사막에 사는 은개미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모사한 친환경 냉각 소재 등을 개발했습니다. 동물의 눈도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들여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빛과 관련된 자연모사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물고기, 파리, 게 등 다양한 동물의 눈을 모사한 신개념 카메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원 재학 시 LED나 태양전지 같은 반도체 광소자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셨는데요. 본격적으로 빛과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반도체 광소자의 효율을 높이려면 보통 소자의 표면에 마이크로나 나노 구조물을 만들어서 빛이 잘 통과하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가장 우수한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우연히 논문을 읽다 ‘나방 눈 표면의 나노구조가 빛의 반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접했습니다. 야행성 곤충인 나방은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잘 보기 위해 빛의 반사를 최대한 줄여야 했고, 진화를 통해 이를 위한 최적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구조를 모사해 고효율 LED, 태양전지 등을 만들어 박사학위를 무사히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는데, 그곳의 지도교수님이 ‘곤충 눈을 모사한 카메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셔서 자연스레 자연모사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구조나 기관이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문제를 해결할 꽤나 흥미로운 ‘힌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간 다양한 생체모사형 카메라를 개발하셨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농게의 겹눈 구조를 모사한 360도 전방위 수륙양용 카메라를 개발해 많은 주목을 받으셨어요.

기존의 광각 카메라는 넓은 영역을 한 번에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각이 180도를 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화각이 360도인 제품도 나왔지만, 보통은 두 개 이상의 카메라에서 얻은 영상을 합치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아주 넓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동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 바로 갯벌에 사는 농게(fiddler crab)입니다. 농게는 툭 튀어나온 눈이 매우 인상적인데, 옛 속담에 ‘게 눈 감추듯 먹는다’고 할 때의 바로 그 눈입니다. 툭 튀어나온 눈의 모든 면이 아주 작은 홑눈들로 뒤덮여 한 번에 사방을 볼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물떼새의 공격을 피하고,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짝짓기 상대와의 교감 등을 위해 한 번에 모든 것을 바라보도록 진화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갯벌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땅이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조간대 (intertidal area)로, 이런 곳에 사는 생물은 물속과 물 밖에서 모두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초점거리(focal length)가 늘 같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농게의 눈에 있는 렌즈는 특이하게도 표면이 편평합니다. 표면이 편평하면 빛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해 표면 내부는 곡률과 굴절률 (refractive index)이 서서히 바뀌는 구배형 렌즈(graded index lens)의 형태입니다. 농게를 모방한 카메라를 만들 수 있다면 기존 광대역 카메라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수륙양용으로 영상획득이 가능한 세계최초의 카메라란 점도 큰 성과인데요. 농게 눈을 모사한 카메라 개발이 갖는 의미와 기대효과도 소개해주세요.

이번 성과는 하나의 소형 카메라로 360도 전방위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물속과 물 밖에서 늘 초점이 맞는 수륙양용 카메라의 개발과 이를 위해 농게의 편평한 렌즈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렌즈는 곡면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는데, 본 연구를 통해 앞으로 편평한 렌즈의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리라 기대합니다.

나방과 농게처럼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실제 기계적, 광학적, 전기적으로 구현하고 구체화하기 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는 늘 얘기치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농게 눈은 제가 순천만 습지를 가끔 가기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수륙양용으로 쓰이는 건 생각도 못했었는데, 논문을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전자공학 논문 외에도 생물 관련 논문을 종종 보는 편입니다. 제 방에도 동물의 눈 관련 책들이 여러 권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매번 다릅니다. 한 명의 아이디어로만 답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학생들 외에도 물리학, 신소재공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열린 의견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서울대, MIT, 텍사스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도 합니다.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기술 실용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직접 개발하신 복사냉각 기술로 ㈜포엘(Flexible optics & Energy Laboratory) 창업에 도전하셨죠?

사하라 사막에 사는 은개미(silver ant)는 온몸에 삼각기둥 모양의 독특한 털(hair)이 있는데, 체내 복사열을 외부로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원리를 잘 이용하면 구조는 다르지만 복사를 통해 물체를 차갑게 할 수 있는 ‘복사냉각’이 가능합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물체를 시원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은 연구한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야 더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필름형태의 복사냉각 소재를 만들어 건물이나 차량에 부착하여 에어컨을 덜 사용하면서도 늘 시원한 생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스로 나는 천상연구자라고 느낄 때, 연구자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가요?

연구를 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얻을 때 느끼는 기쁨이 훨씬 큽니다. 이럴 때 천상연구자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공학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서, 많은 동료들과 토론하고, 실험한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제출합니다. 오랜 시간 공들인 논문이 최종 게재승인을 받으면 그만큼 기분 좋을 때가 없습니다. 특히, 제가 출판한 논문이 가치를 인정받을 때 연구자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몇 년 전에는 제가 연구했던 ‘곤충 눈 카메라’가 초등학교 6학년 과학교과서에 두 페이지 실렸습니다. 연구자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교수이기도 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연구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와 태도는 무엇인가요.

연구주제를 선택할 때 오랜 시간 즐겁게 임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연구를 직업으로 대하거나 꼭 해야 할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 대하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의욕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연구자로서 거창한 철학보다는 늘 연구 자체를 즐기려 합니다. 연구 과정 또는 결과가 개별 연구자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논문이나 학술발표를 통해 보고되는 결과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얻게 되는 것, 여기서 오는 기쁨을 생각하며 연구합니다.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없지만, 즐기면서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는 얘기는 종종 합니다.

교수님이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시각 혁명’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다소 단순한 카메라를 넘어서서, 동물의 눈처럼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카메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계의 많은 눈을 공부해야 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동작원리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다음 어떻게 모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상용제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니 쉬운 길은 아닙니다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또는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등 전도유망한 분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한 편인데, 그런 것보다 본인이 가장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즐겁게 연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