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수상자 상세정보

전헌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물리학

무질서한 광모드 속성 밝혀 차세대 레이저 제어 기술 개발

공적 요약

무질서한 광모드의 물리적 속성을 규명하고, 차세대 레이저로 주목받는 무작위 레이저* 제어 기술을 개발해 나노광학의 지평을 넓힘
* 무작위 레이저(random laser) :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발현되는 빛의 공명 모드를 이용하는 차세대 레이저로서 기존 레이저의 구조적 단순함을 초월하여 다양한 기능 창출이 기대됨

구체적 내용

전헌수 교수는 무질서한 광모드의 물리적 속성을 규명하고, 차세대 레이저로 주목받는 무작위 레이저* 제어 기술을 개발해 나노광학의 지평을 넓혔다.
1960년 5월 16일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은 빛을 제어해 세계 최초의 레이저를 선보였다. 유네스코는 정보통신, 에너지, 의학 등 첨단과학기술을 이끈 광학과 광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날을 ‘세계 빛의 날’로 제정했다.
전헌수 교수는 파장 수준의 미세 공간에서 빛의 흐름을 제어하는 광자결정 구조 연구로 광자학의 도약과 산업적 응용가능성을 이끌었으며, 관련 성과는 2019년 7월 네이처포토닉스(Nature Photonic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바 있다.
무작위 레이저는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를 이용하는 독특한 응용사례로 생화학 센서, 광 보안코드, 바이오 이미징, 레이저 조명 등 다양한 기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학계와 산업계의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20년 간 원리 규명과 제어기술 개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실정이다.
전헌수 교수는 무질서한 광자시스템은 일정 수준 이상의 무질서도에서 결정구조가 파괴되는 점에 주목하고 무질서 정도에 관계없이 항상 결정구조가 유지되는 광자결정 합금 시스템을 개발해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았다.
연구팀은 직접 설계?제작한 무질서한 광자결정 플랫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무질서한 광자학 시스템에서 앤더슨 국지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본질은 광띠꼬리 모드임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더불어 무작위 레이저 소자의 무질서 정도와 양상을 조절해 다중모드 레이저 발진을 단일모드 발진으로 전환하는 등 무작위 레이저의 제원도 인위적으로 조절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는 전기장?열?압력 같은 외부요인 없이 구조적 특성만을 소자 설계에 반영해 얻은 최초의 성과이다.
전헌수 교수는 “이번 성과는 무질서한 광학적 매질에 대한 기초연구에서 광소자 개발의 응용 가능성까지 전주기적으로 탐구한 결과”라며 “무질서한 광자구조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의 깊이를 더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비범한 광소자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무작위 레이저(random laser) :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발현되는 빛의 공명 모드를 이용하는 차세대 레이저로서 기존 레이저의 구조적 단순함을 초월하여 다양한 기능 창출이 기대됨.
*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 : 주기적 혹은 규칙적인 구조를 이용하는 기존 레이저와 달리 무작위 레이저 는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함.
* 앤더슨 국지화 현상: 무질서한 구조 내부에 전자나 광자가 공간적으로 매우 좁은 영역에 국한 되는 현상으로 이때 전자나 광자의 평균산란거리는 무질서 정도에 따라 변한다고 알려짐

주요경력
1998. 9. ~ 현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교수
2018. 3. ~ 현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장
2014. 6. ~ 2016. 6.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부학장
2010. 11. ~ 2012. 10.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기획부학장
2005. 6. ~ 2011. 2.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주요학력
1988. 9. ~ 1994. 5. 미국 브라운대학교 물리학과 박사
1985. 3. ~ 1987. 2.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석사
1981. 3. ~ 1985. 2.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5월 16일은 빛을 기반으로 하는 광학과 광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빛의 날’이다. 서울대학교 전헌수 교수는 광자결정구조를 현대 조명 및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 필수요소인 형광체 연구에 도입하여 광자학 및 관련 광소자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물리학자이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건전한 상식과 올바른 정도를 강조하며 오랜 시간 광자결정이라는 광자학적 플랫폼 기반 연구에 매진해왔다. 새로운 빛의 성질을 찾아 학문적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자 본연의 역할 외에도 이를 통한 현실에의 기여 역시 중요한 학자적 의무임을 강조하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10-100 나노미터 수준에서 빛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나노광자학을 나침반 삼아 미래 사회의 기반기술이 될 광집적회로로 향한 길을 안내해주는 전헌수 교수를 만났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상을 기대하고 연구를 한 건 아닙니다. 오랜 동안 광자결정이라는 재미있는 광자학적 플랫폼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 해온 개인적 노력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빛을 한 번 발한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걸 인정해주시고 [이달의 과학기술인 상] 후보로 추천해주신 학과 교수님들, 그리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분들과 본 연구를 지원해주신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에 이번 기회를 빌어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노 광구조에서 발생하는 제반 물리 현상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개념 광소자 개발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키워드는 ‘광자결정(photonic crystal)’, 그리고 두 번째 키워드는 ‘기초부터 응용까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광자결정은 굴절률이 빛의 파장 정도, 즉 1 마이크로미터 이하 수준의 주기로 반복적으로 변하는 구조입니다. 그런 물질의 내부를 진행하는 광자, 즉 빛은 매우 비범한 물리적 성질을 보이는데 그러한 성질을 밝혀내는 것이 연구의 일차적 목표입니다. 일단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물리학자로서의 소임은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할 수만 있다면 현실에의 기여 또한 중요한 학자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새롭게 획득한 지식을 응용하여 신개념의 광소자를 개발하는 것을 이차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광자학 분야 중에서도 나노광자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동안의 마이크로광자학은 개별 소자의 크기가 100 마이크로미터 수준이었던 반면 나노광자학은 10-100 나노미터 수준에서 빛의 제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100-1000배로 소자의 크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광집적회로를 구성함에 있어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광자결정 구조를 이용하면 다른 여러 나노광자학 플랫폼 구조에 비해 빛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 광자학적 앤더슨 국지화 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한 무작위 레이저 제어 기술을 개발하셨습니다. 먼저 앤더슨 국지화 현상과 무작위 레이저의 개념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하고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개념입니다. 무질서한 매질, 예를 들면 매우 곱게 간 파우더나 콜로이드 용액에 빛이 입사됐다고 가정하면, 빛은 매우 심하게 산란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무질서한 매질 내부에 의외로 상당히 안정적인 공명(resonance) 모드가 자연적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공진 모드의 크기가 빛의 파장 수준으로 작은 경우를 앤더슨 국지화라고 하며, 이는 무질서를 함유한 반도체 내에서 전자의 활동 범위가 국지화되는 현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한편 이러한 무질서한 매질 혹은 구조에 자발적으로 발현되는 공진 모드를 이용한 레이저를 무작위(random) 레이저라고 합니다.

관련 연구성과의 의미와 주요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무질서한 광자학적 매질 내에 발현되는 국지화 모드를 광자결정 플랫폼으로 구현한 것이 첫 번째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질서를 도입하는 방법적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었는데, 무질서의 정도를 마음껏 조절하면서도 광자결정의 특징인 주기성을 전혀 손상하지 않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기존의 무질서한 광자학적 구조 연구는 결정성, 즉 주기성이 처음부터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무질서를 도입하는 순간 결정성이 급격히 사라지는 원리적인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체계적 연구가 불가능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무질서한 광자학적 구조에 앤더슨 국지화 모드가 발현됨을 처음으로 실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레이저의 제반 특성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는 신개념의 무작위 레이저를 개발하였습니다.

나노광자학의 기초연구부터 응용까지 폭넓은 연구 스펙트럼을 보여주셨습니다. 순수 자연과학에서 응용, 나아가 산업화까지 염두에 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만, 학문적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자연과학자의 일차적 소임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지식이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이나 학문적 쾌거로 끝맺음 된다면 그처럼 허무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 이루어진 지대한 물리학적 발견들이 인류 문명에 직간접적으로 응용되고 기여한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다만 오늘날에는 발견에서 응용까지의 시차가 짧아지고 있으며, 그러한 긍정적 기여가 없거나 불가능한 분야는 학문적 가치와 무관하게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문은 학문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현실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고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자(나노광학자)로서 주요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나노광자학적 개념을 밝히고 이를 응용한 광소자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이를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개발한 무작위 레이저는 광펌핑으로 발진하는 단계입니다. 이걸 진짜 응용 가능한 광소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레이저 소자로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리학적으로는 그 의미나 가치가 떨어지는, 그렇지만 필연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공학적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리학자로서 저는 기초와 응용의 연장선 위에서 과연 어느 수준까지 제 연구의 지평을 넓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결국은 공학자분들과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이크로미터 보다 더 작은 미시 세계를 연구하는 어려움은 없나요?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 구조 연구의 최대 난관은 해당 구조물의 정교한 제작입니다. 여기에는 미세한 구조물을 형성하는 패터닝 공정, 그리고 형성된 패턴을 실제 구조로 제작하는 공정 등이 포함됩니다. 물론 10 나노미터 혹은 그 이하 수준의 정교한 구조물 제작을 위한 기기와 공정법도 개발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 현존하고 투자 대비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실리콘 기반의 전자소자에 국한된 얘기일 뿐, 산업의 규모가 훨씬 작은 광소자 분야에는 언감생심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큰 규모의 시장이 창출되기 전에는 한정적 규모와 정밀도의 연구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야하는 상황입니다.

5월 16일 빛의 날을 맞아 광학?광기술의 중요성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그간 탐구해 오신 빛과 관련된 보편적 법칙들이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전자(electron)를 이용한 소자 개발이 점차 그 원리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빛, 혹은 광자(photon)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마 ‘빛의 날’ 제정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됩니다. 광자는 전자가 갖지 못한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광자의 경우 주위에 존재하는 다른 광자와의 상호작용이 없으며, 진행 속도가 획기적으로 더 빠릅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하지요. 따라서 전자와 광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억제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상호 보완적 응용이 미래의 정보통신 분야를 이끌 소자 포맷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평소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연구실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소개해주세요.

아마도 저희 물리천문학부의 교수님들 중 저처럼 학생들의 일정을 간섭하지 않는 분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자율적 분위기 속에 놓아두는 이유는, 학문과 연구는 스스로 느끼고 즐기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뒤처지는 학생들을 방치한다는 말씀은 절대 아니고요. 학생들의 능력과 특징을 고려하여 필요할 때 적당한 자극과 격려, 그리고 연구의 진행 방향을 제시하는 형태로 지도합니다. 아울러 학문에서는 물론 인생 전반에 걸쳐 건전한 상식과 올바른 정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자가 가져야할 기본자세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물리학자라고 하면 약간은 기이하고 비정상적인 천재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천재도 아닐 뿐더러, 혹여 천재 물리학자라고 하더라도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의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인격체가 우선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내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런 나와 내 연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직과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결과물은 조직과 사회로의 환원을 통해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제 연구의 목표나 내용은 주로 새로운 기능성이나 향상된 제원의 단위 광소자 구성을 위한 개념 증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이 탑재될 궁극의 플랫폼은 전술한 바와 같이 광집적회로, 혹은 전자집적회로와 합체된 광전자집적회로가 될 것인 바, 앞으로는 이러한 집적회로 구성을 염두에 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가능하다면 광(전자)집적회로의 개념 확립과 시작품 제작을 통해 미래 소자를 위한 플랫폼 개발에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과거를 반추해보면 딱히 이러한 과학자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물리학을 전공했다기 보다 막연히 과학, 그 중에서도 물리학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운 물리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한 때 후회 한 적도 있고 또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도 있었습니다만, 결국은 물리학/물리학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네요. 좋아하는 걸 택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길도 열리고 희열과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지금의 젊은 과학도들은 그걸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저처럼 막연하고 맹목적이기 보다 열린 사고와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만 아는 외골수가 아닌 다양한 지식과 건실한 소양을 겸비한 균형 잡힌 학자가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기를 권합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