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윤 교수는 전자 대신 이온을 전도체로 사용하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하고, 투명성과 신축성이 높은 터치패널 제작 기술을 확보하는 등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의 발전 가능성을 높임
선정윤 교수는 이온을 포함한 하이드로젤을 이용하여 투명도와 신축성이 높은 전극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사람 피부처럼 움직이는 표면에도 부착 가능한 터치패널 제작기술 구현에 성공하였다.
이오닉* 소재와 전기 장치를 접목할 때 걸림돌이었던 경계면의 전기화학 반응과 신호지연에 대한 이론적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터치패널에 뒤떨어지지 않는 신호 전달력을 입증하였다. 또한, 1차원 띠 모양의 하이드로젤 패널을 이용하여 터치 포인트를 인식하는 원리를 규명하였다. (* 이오닉(ionic) : 전자 대신 이온을 전하운반체(전기를 흐르게 하는 작용 입자)로 사용하는 전기 장비)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을 사람의 팔에 부착한 상태에서 글쓰기, 음악 연주, 게임 등을 수행하였다. 이오닉 기반 터치패널은 초기 전자 터치패널보다 10배 이상 신축성이 우수했으며, 투명도와 신호전달 능력도 뒤지지 않아 실제 산업현장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정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이오닉 소재 기반의 디바이스가 기존 소재들이 풀지 못한 투명도와 신축성, 그리고 생체적합성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라며 “이를 통해 이오닉 디바이스를 이용한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려는 후속연구의 바탕이 마련되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하이드로젤은 수분을 90% 이상 포함한 고체로,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기저귀 흡수층·콘택트렌즈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인다. 몸 안에 들어가도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화학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선정윤 교수는 하이드로젤이 고체지만 액체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축성 높은 신개념 터치패널의 소재로 발굴했다. 나아가 전자 대신 이온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재료 연구 분야인 이오닉스(ionics)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오닉 디바이스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오닉 시스템과 인간의 신경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완벽한 인터페이스 기술 구축’을 최종 목표로 후속 연구에 매진하는 선 교수를 만나보았다.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과학자로서 갈 길이 먼 제게 주시는 격려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훌륭한 교수님들을 본받아 ‘과학자’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은 학과 교수님들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체지만 액체와 비슷한 성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높은 이온 용해도’라는 하이드로젤의 또 다른 성질과 접목해 재미있게 연구했습니다.
하이드로젤은 앞서 이야기한 성질 덕에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성분의 90% 이상이 물이라 굉장히 깨지기 쉽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장치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단단한 하이드로젤을 합성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실리콘의 일종인 PDMS보다 10배 더 단단한 하이드로젤을 만들 수 있었고, 이러한 소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이오닉 장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인장센서·압력센서·작동기·스피커·터치패널 등의 하이드로젤 기반 이오닉 장치를 제작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이오닉 소재가 실생활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집안의 가전용품을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컨트롤하는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사람의 의도를 기계에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하이드로젤 기반 터치 패널은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아 착용하기 쉽고, 생체적합성이 우수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작습니다. 또한 가시광선 투과도가 99.9%라서 피부에 붙였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같은 이유로 이오닉스 분야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리라 기대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늘 되짚어 보는 ‘꿈’이 있는 연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는 것은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는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적당한 성실함이나 단순한 흥미만으로 연구에 뛰어들어서는 연구자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의 가르침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분은 존 H. 허친슨(John H. Hutchinson) 교수님인데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그날 쓸 연필을 손수 깎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제게 연구는 물론 연구 외적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분입니다. 저도 그분처럼 늘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궁극적인 연구 목표는 이오닉 디바이스만을 이용한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의 완벽한 구축입니다. 이오닉 디바이스로 감지→신호 전달→연산·기억 과정을 거쳐 실제 작동까지 해내는 것, 즉 이오닉 시스템과 인간 신경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꿈꾸고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만들고 부수는 데 푹 빠져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분해해 봤고, 일부는 원상복구에 실패해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과학자를 꿈꿨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문제, 자신을 향한 고민 등 수많은 고난에 봉착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끝없이 펼쳐 나갈 미래의 꿈을 품고 더욱 꿋꿋하고 담대해지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